매거진을 정리하며 많은 생각이 든다. 다양성과 풍요로움을 담으려 했던 내 브런치는 이제 소소하게 줄어들었다. 세속적인 생각들과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세상의 이야기들을 담아내려 했던 작은 시도였다.
일기장이 아닌 이상, 독자에 대한 책임이 있다. 그것은 바로 솔직함이다. 삼성전자에 대한 생각이든, 변화된 내 관점이든, 있는 그대로를 전하는 것이다. 트래픽을 높이는 방법은 알지만, 그것은 진정한 내 모습이 아니다. 나는 그저 소박한 사람이다.
힘든 시기에 대기업에 이직한 제자가 고마움의 표시로 한우 오마카세를 사주었다. 그의 제안대로 자랑을 하려 글을 쓰다가, 문득 흩어진 매거진을 보며 회의감이 들었다. 이미 포털에 지배된 인터넷 세상에서, 차라리 좋은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플랫폼은 결국 비슷하다. 구글 블로거나 티스토리, 브런치나 모두 텍스트큐브나 워드프레스의 변주일 뿐이다. 물론 각자의 노력이 담겨있지만, 한계는 분명하다. 미스코리아 후기글의 조회수가 조작되는 것을 보며, 또 다음 포털 메인에 오른 내 글이 무분별하게 복사되는 것을 보며 이를 실감했다.
브런치는 광고 없는 플랫폼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기술적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것을 보며, 또다시 생각이 많아진다. 결국 힘을 가진 자는 그것을 마음대로 휘두르고 싶어 한다. 이것이 인간의 본성인 듯하다.
나는 관심 작가가 없는 사람들의 글을 찾아 읽는다. 대부분은 실망스럽지만, 때로는 보석 같은 글을 발견하기도 한다. 구기욱 작가의 글처럼, 오랫동안 내 삶에 영향을 준 값진 발견들이 있었다.
사람을 보는 눈이 높아지면 많은 것들이 시시해진다. 하지만 그 시시함이 일상이 되고, 그 일상 속에서 다시 의미를 찾게 된다. 좋은 사람들도 만나고, 나쁜 사람들도 만나며 비교하게 되지만, 이 모든 것이 삶의 한 부분이다.
매거진을 정리하며 독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단순히 능력의 한계라고 하면 될 것을, 이렇게 긴 설명을 덧붙이는 것은 어쩌면 누군가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오마카세 한 끼 값어치의 수익도 내기 어려운 글쓰기를 계속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의 삶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완벽하지 않지만 계속 나아가는 것, 그것이 삶이다. 온라인에 없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좋은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은 그저 우리 삶의 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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