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새웠다 보니 머릿속에 난상토론처럼 수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잠 못 드는 밤이면 종종 군 시절의 기억이 되살아나곤 한다. 특히 군 생활 중에서 가장 싫었던 것을 꼽으라면 단연코 ‘불침번’이었다.
불침번, 그 달갑지 않은 의무
군대에서 불침번은 모두가 잠든 시간에 생활관을 지키는 보초 임무다. 부대의 안전과 보안을 책임지는 중요한 임무지만, 솔직히 푹 잘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고통이었다. 특히 이등병 시절에는 선택권 없이 새벽 3~4시 사이의 시간대를 맡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잠의 질이 가장 깊어지는 시간에 깨어나야 하는 고통은 군 생활의 큰 시련 중 하나였다.
계급에 따른 불침번 시간의 위계
군대 내 모든 것이 그렇듯 불침번 시간대 역시 계급에 따라 철저히 나뉘었다. 푹 잘 수 있는 첫 시간대와 어차피 곧 기상해야 하는 마지막 시간대는 선임들의 차지였다. 반면 한창 깊은 잠에 빠지는 중간 시간대는 이병과 일병의 몫이었다.
이제는 예비군훈련과 민방위 훈련까지 모두 마친 지금, 그때의 기억은 먼 과거가 되었지만 불침번의 고통은 여전히 생생하다.
잊지 못할 불침번 에피소드
가장 기억에 남는 불침번 에피소드는 선임을 깨우던 순간이다. 교대 시간이 되어 병장님을 깨워야 했는데, 아무리 흔들어도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여 “xx병장님 일어나세요”라고 속삭였는데, 그 순간 뒤로 맨 K1 소총이 갑자기 앞으로 돌아오며 병장의 뒤통수를 강타했다.
긴장된 상황에서도 웃음을 참아야 했던 그 순간은, 군대라는 특수한 공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추억이 되었다.
불면의 밤과 과거의 추억
지금처럼 밤을 새우는 날이면, 군 시절의 불침번이 생각난다. 그때는 어서 전역하고 마음대로 잠들 수 있는 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는데, 민간인이 된 지금도 가끔은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낸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누군가에게는 힘든 기억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젊은 날의 추억으로 남는 불침번. 불면의 밤, 떠오르는 수많은 생각들 속에 군 시절의 기억도 함께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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