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와 보안의 아이러니
청담동 주식부자로 알려졌던 이희진 사건은 보안의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은 마치 현대 보안의 패러독스를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과도 같다. 부자였다가 몰락했다가, 다시 재기했다가, 또 다시 추락하는 과정. 특히 주목할 점은 그가 재기 과정에서 블록체인과 코인이라는, 이른바 ‘보안의 꽃’을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부자가 되면 오히려 보안이 취약해진다. IT 기술로 아무리 견고한 방어막을 구축해도, 결국 ‘사람’이 뚫리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이희진의 사례는 기술적 보안과 물리적 현실 사이의 괴리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를 법 집행 기관의 조사 과정과 동일시할 수는 없지만, 넓은 관점에서 생각해 볼 때 진정한 보안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권력과 정보 접근성
보안에 관한 더 깊은 차원의 질문은 국가 권력과 개인 정보 사이의 관계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우리의 동의 없이도 개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정치’라는 영역에 발을 들이는 순간, 당사자뿐 아니라 그 가족과 주변인 모두의 정보가 노출될 위험에 처한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할 때, 완벽한 보안이란 실상 존재하지 않는 환상에 가깝다. 우리가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한, 어떤 형태로든 정보의 노출과 접근은 불가피하다.
보안의 새로운 패러다임
과거에는 ‘휴대폰을 놔두고 캠핑에 가는 것’이 최고의 보안이라고 이야기했다면, 이제는 그런 단순한 방법으로도 완벽한 단절이 불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텔레그램과 같은 암호화 메시징 앱의 보안이 아무리 뛰어나도, 소위 ‘엄마의 등짝 스메싱’ 한 번이면 무너질 수 있다. 이는 기술적 보안보다 인간 관계와 신뢰가 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수사 기관의 텔레그램 조사 방법에 대해 추측해보자면, 이동통신사와의 협력을 통해 2단계 인증(2-factor authentication)을 우회하여 메시지 동기화를 통제하는 방식일 수 있다. 물론 이는 추측에 불과하지만,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김학의 사건이나 업비트 관련 사례들을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야말로 ‘요지경’이다. 법과 제도, 기술적 보안장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사건이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
군중 속의 익명성: 21세기 보안의 핵심 패러다임
궁극의 보안은 어쩌면 조용한 곳에서의 은밀한 대화가 아니라, 역설적으로 수많은 인파 속에 섞여 존재감을 희석시키는 것일 수 있다. 이는 디지털 시대에 특히 유효한 개념이다.
데이터가 부족하던 시절에는 정보 보안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데이터가 너무 많아져서 오히려 그 자체가 일종의 보안 장치가 되고 있다. 한국인 100명 정도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다면 그 피해자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그러나 전 국민의 정보가 대기업에 의해 유출되는 상황에서는 역설적으로 개인을 특정하여 공격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이는 마치 과거 공중전화 옆에 걸려 있던 전화번호부와 같다 – 모든 정보가 공개되어 있지만, 그 속에서 특정 정보를 찾아내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투명성: 또 다른 형태의 보안
개발자로서 이런 주제에 관해 글을 쓰는 이유도 결국 보안과 관련이 있다. 투명성이 때로는 최고의 보안 전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해킹을 당했다면 그 과정과 방법을 공개하고, 방어에 성공했다면 어떤 도구와 전략을 사용했는지 공유하는 것이다.
이러한 투명성은 보안 커뮤니티 전체에 도움이 되며, 궁극적으로는 모두의 보안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카스퍼스키와 같은 솔루션을 솔직하게 추천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마무리: 연결된 사고의 흐름
이 글에서 다룬 다양한 주제들은 언뜻 보면 산발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기저에는 ‘디지털 시대의 진정한 보안이란 무엇인가’라는 하나의 질문이 흐르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완벽한 보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위험을 인식하고, 합리적인 수준의 보호 장치를 마련하며, 때로는 역설적으로 투명성을 통해 더 나은 보안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제 잠시 휴식이 필요한 시간이다. 디지털 세상의 요지경 속에서, 잠시나마 신체적 휴식을 통해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단절’과 ‘보안’을 실천해 볼 때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