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사이버 보안의 핵심, IT와 OT의 통합과 AI 기술의 역할

선박의 사이버 보안은 과거 단순한 네트워크 방화벽과 백신 수준을 넘어서, 지금은 IT(Information Technology)와 OT(Operational Technology)의 복합적인 통합 환경에서 점차 고도화되고 있다. 최근 들어 위성 통신의 상용화, 스마트 선박 기술의 발전, 해양 물류의 디지털 전환 등이 맞물리며, 선박은 더 이상 고립된 물리적 공간이 아닌, 끊임없이 데이터를 주고받는 실시간 연결된 디지털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선박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은 매우 정교하고 은밀하게 변하고 있다. 단순히 해커가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수준이 아니라, 선박의 항해 시스템을 조작하거나, 기관 제어를 방해하거나, 화물 정보의 위변조를 유도함으로써 실제 충돌, 화재, 침몰 등의 물리적 피해까지 야기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선박 사이버 보안은 이제 단순한 IT 보안의 문제가 아니라, IT와 OT를 통합적으로 아우르는 융합 보안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IT와 OT 시스템의 근본적인 차이

IT 시스템은 데이터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서버, 클라우드, 사용자 단말 등에서 발생하는 정보의 저장, 처리, 전송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TCP/IP 프로토콜 기반의 통신 환경에서는 방화벽, 침입 탐지 시스템, 인증 및 암호화 기술 등이 중심이 된다. 반면, OT 시스템은 물리적 제어와 실시간 반응성이 중요하다. 항해 장비, 엔진 제어, 센서 및 엑추에이터와 같은 장비들은 산업용 프로토콜(Modbus, CAN, NMEA 2000 등)을 사용하며, 통상적으로 유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즉, OT는 가용성(Availability)이 최우선이며, 실시간성·신뢰성·지속성을 중시한다. 반면 IT는 기밀성(Confidentiality)과 무결성(Integrity)에 초점을 맞춘다. 이런 구조적 차이는 보안 전략 수립 시 큰 변수로 작용하며, 특히 이질적인 두 시스템이 점차 통합되는 현 시점에서는 보안 설계의 정교함이 필수적이다.

OT와 IT의 연계, 무엇이 문제인가?

현대 선박은 VSAT 또는 Starlink 기반 위성통신을 통해 육상과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이때 IT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 중 일부는 OT 장비에서 발생한 데이터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반대로 IT 시스템에서 내려온 명령이 OT 장비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OT 시스템이 일반적인 보안 조치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OT 장비는 보통 수십 년 주기로 교체되며, 소프트웨어 패치를 수시로 받지 않거나, 암호화 및 인증이 미비한 경우가 많다. 여기에 IT 네트워크와 연결될 경우, 외부 공격자가 IT망을 타고 OT로 침투할 수 있는 경로가 열리게 된다. 실제로 유명한 사례인 Stuxnet, Triton, BlackEnergy 같은 공격은 OT 시스템을 정밀 타격한 사례들로, 단순한 정보 유출이 아닌 물리적 손상까지 야기했다.

따라서 OT와 IT 시스템의 연계는 단순한 연결 이상의 고민이 필요하다. 중간 게이트웨이 장치를 활용한 프로토콜 변환과 필터링, 보안 영역 분리, 실시간 위협 감지 시스템의 구축 등 다층적 대응이 요구된다.

AI 기술, 선박 보안의 ‘게임 체인저’

AI 기술, 특히 딥러닝과 머신러닝 기반 이상 탐지 기술은 이러한 복합 환경에서 매우 유효한 대응 수단이 된다. OT 시스템은 명확한 규칙 기반 로직으로 작동하므로, 정상 패턴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특징이 있다. 이 점을 활용하면 비정상적인 트래픽, 센서 값, 작동 시나리오를 AI가 빠르게 감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utoencoder 기반의 이상 탐지 모델은 정상 데이터를 학습하고, 복원 오류가 큰 경우 비정상으로 간주할 수 있다. LSTM이나 RNN은 시간 순서에 따른 데이터의 흐름을 분석하여 행위 기반의 이상 징후를 탐지하는 데 적합하다. 이는 정적 보안 시스템이 탐지하지 못하는 은밀한 공격 경로까지도 밝혀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강화학습은 침입 방지 시스템(IPS) 설계에 유용하며, 공격 유형에 따라 최적의 대응 전략을 자동으로 학습하고 선택할 수 있게 한다. 최근에는 자연어처리(NLP)를 활용한 보안 로그 분석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관리자들이 로그를 직접 분석하지 않아도 AI가 위험 상황을 요약·경고해주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작은 조직에서도 가능한 접근 전략

모든 기술을 한 번에 도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선박 보안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고도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존재한다.

  1. IT-OT 네트워크를 분리하라
    VLAN, 방화벽, 게이트웨이 등을 활용하여 OT 영역을 외부에서 직접 접근하지 못하도록 물리적 또는 논리적으로 분리한다.
  2. AI 기반 이상 탐지부터 시작하라
    기존 OT 시스템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AI 모델을 적용하여 비정상 패턴을 탐지한다. 초기에는 머신러닝 기반 간단한 모델부터 시작해도 효과가 있다.
  3.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시뮬레이션 환경을 갖춰라
    실제 선박에 적용하기 전, 디지털 트윈 기반 테스트베드를 통해 위협 시나리오와 대응 전략을 검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4. AI와 보안의 균형을 고려하라
    AI는 만능이 아니다. 적절한 보안 정책, 사용자 훈련, 암호화 기술과 함께 병행되어야 진짜 효과가 난다.

앞으로의 과제

이제 선박은 단순한 해양 운송 수단이 아니라, 움직이는 스마트 시스템이다. 이러한 시스템이 사이버 공격에 노출될 경우, 물류 마비, 해양 사고, 환경 재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선박 사이버 보안은 더 이상 특정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라, 전체 산업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AI 기술은 이 흐름 속에서 반드시 주목해야 할 핵심 기술이다. 하지만 AI 역시 완성된 정답이 아니라, 지금도 학습 중이며, 계속해서 환경에 맞춰 조정되어야 한다. 딥러닝, 머신러닝, 강화학습, 그리고 자연어처리 기술은 각각의 강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선박 시스템의 특성에 따라 전략적으로 조합하고 운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현실적 제약 속에서도, 작게 시작해서 점점 진화해가는 방식의 접근이 가능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완벽한 솔루션이 아니라, 한 발 먼저 시작하는 실천력이다. 그것이 선박의 미래, 해양의 안전, 그리고 디지털 전환 시대의 생존을 결정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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