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디지털 트윈, 버추얼 프로덕션, 그리고 확장현실(XR) 기술의 수요 증가에 따라 3D 스캐닝 기술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뜨겁다. 특히 의류, 오브젝트, 공간 등 실물 기반의 콘텐츠를 디지털화하려는 시도는 다양한 산업에 걸쳐 나타나고 있으며, 이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전략적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한 조직의 내부 회의에서 논의된 3D 스캔 기술의 활용 가능성과 전략적 접근 방식을 바탕으로, 전문가로서 이 기술의 현주소와 실질적인 도입을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조망해본다. 단순히 기술 소개를 넘어, 실제 현장에서 겪는 문제와 기술 선정, 조직 내 전략 수립까지 다룬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되었다.
3D 스캔, 왜 다시 주목받는가?
3D 스캔은 이제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스타트업과 대기업들이 도입을 시도했으며,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 하지만 상용화가 지연된 데에는 명확한 이유들이 존재한다.
3D 스캔은 기본적으로 “보이는 것을 디지털로 바꾸는 기술”이다. 그러나 ‘보인다’는 것이 단순 시각적 정보를 넘어 실제 품질 판단의 기준이 되는 의류, 제품, 예술 콘텐츠의 경우엔 이야기가 다르다. 단지 스캔해서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보여줄 수 있는 수준’의 퀄리티를 확보해야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스캔 방식의 차이와 선택 기준
이번 논의에서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 방식이 비교되었다.
- Photogrammetry (카메라 기반 인식 방식)
여러 장의 사진을 합성해 3D 모델을 구성한다. 소규모 장비로도 빠르게 결과물을 생성할 수 있고, 단일 오브젝트에 적합하다.- 장점: 빠른 소요 시간 (5~10분), 접근성
- 단점: 정교한 세부 표현에는 한계
- NeRF (신경망 기반 방식)
이미지 외에도 라이다, 조도 센서 등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해 더 정밀한 포인트 클라우드를 생성한다.- 장점: 높은 정밀도, 복잡한 구조의 스캔 가능
- 단점: 소요 시간 (최대 4시간), 연산 자원 요구
양 방식 모두 일장일단이 있으며, 목적에 따라 선택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온라인 쇼핑몰용 콘텐츠 제작에는 빠른 포토그래메트리 방식이, 공간 스캔이나 디지털 트윈 환경 구축에는 NeRF 방식이 적합하다.
의류 스캔의 현실적 난제
이번 회의의 주된 발표 주제는 ‘의상 3D 스캔’이었고, 이는 단순 오브젝트 스캔과는 차원이 다른 과제를 동반한다.
- 형태 변화: 옷은 시간이 지나며 형태가 바뀌고, 구김과 주름이 생긴다.
- 복잡한 구조: 줄, 끈, 후드 등 디테일한 요소들이 카메라 인식에 장애를 일으킨다.
- 고정 장치 필요: 스캔 대상이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하고, 동시에 카메라 시야를 가리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제약 때문에 발표자는 ‘고정 틀’이라는 개념을 도입했으며, 직접 마네킹과 클립, 프레임 등을 활용한 다양한 실험 결과를 공유했다. 하지만 “다이소에서 산 마네킹과 줄로 만든 고정틀이 최선은 아니며, 창의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한계도 분명히 드러났다.
품질과 효율의 딜레마
회의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퀄리티와 효율 사이의 선택”이라는 언급이었다. 고품질의 결과물을 원한다면 시간과 자원을 많이 써야 하고, 빠른 결과를 원한다면 퀄리티를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한다. 이 딜레마는 단순히 기술 선택이 아닌, 사용 목적과 사용자에 대한 정의, 즉 전략적 방향성 설정 없이는 풀기 어려운 문제다.
실제로 발표자는 줌인 시 발생하는 텍스처 깨짐 문제를 언급하며, “이미 상용화된 AR 플랫폼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밝혔다. 이는 기술의 한계이자, 사용자 기대치를 관리하는 전략이 필요한 부분이다.
전략이란 결국 ‘선택의 기준’
전략 미팅에서 인상 깊었던 또 하나의 메시지는 바로 ‘전략적 선택’의 기준 설정이다. 단순히 어떤 기술이 좋은지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조직에 필요한 기준을 설정하고, 이에 맞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 “왜 이 기술을 도입하려는가?”
- “누가 이 기술을 사용할 것인가?”
- “어떤 용도와 목표가 있는가?”
이 세 가지 질문은 모든 기술 도입의 출발점이자 핵심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우리 조직의 목표와 맞지 않으면 무의미하다. 회의에서도 이 점은 강조되었고, 전략이란 결국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바라보는 관점과 활용 방식에 대한 정의임이 분명해졌다.
내부 전략의 방향성 정리
논의 끝에 정리된 전략 방향은 다음과 같다.
- 3D 스캔은 하나의 요소 기술로 보고, 버추얼 콘텐츠 제작의 일부로 간주한다.
- 실시간 콘텐츠 제공 여부와 상관없이, 콘텐츠 제작 효율을 높이는 기술로 포지셔닝한다.
- 궁극적으로 자체 콘텐츠 자산을 구축하고, 외부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간다.
- 기술 적용 범위는 의류뿐만 아니라 오브젝트, 공간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 가능하다.
마무리: 기술은 수단, 전략이 본질
이번 회의는 단순한 기술 브리핑을 넘어서, 기술의 본질적 가치와 조직 내 전략적 활용 방안에 대해 심도 깊게 고민한 시간이었다. 중요한 점은, 기술을 도입하기 전에 “왜, 누구를 위해,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공감대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은 도구다. 그러나 그 도구를 ‘언제,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는 조직의 전략에 달려 있다. 전문가의 입장에서 조언하자면, 새로운 기술에 대한 호기심도 좋지만, 그 기술을 우리만의 방식으로 녹여내는 전략적 통찰 없이는 절대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기술을 도입하려는 모든 이들이 이 질문으로부터 출발하길 바란다.
“우리는 왜 이 기술을 도입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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