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한 시각…

그것으로

라디오 옆에서 기다리던 시절 이제는 손 안의 작은 세상

좋아하는 노래와 함께라면 내일이 없어도 괜찮아

나는 그것으로 충분하니 아군도 적도 모두 잘 살기를

인생의 열정은 서서히 식어가도 김광석보다 오래 살아버린 이 마음

눈을 뜬다면 다시 시작하리 그러나 오늘은 그저 음악과 함께


그것으로 충분하다

길가에 멈춰 선 적 있었네 좋은 노래가 흘러나올 때면 끝까지 듣고 발걸음을 옮기던 그 시절 음반 살 돈은 없어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기다려 테이프에 정성스레 녹음하던 그 마음

그 시절을 지나 이제는 휴대폰 하나로 마음껏 원하는 음악을 듣는 이 순간이 너무도 감사하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내일 아침 눈을 뜨지 못한다 해도 좋아하는 음악 들으며 잠드는 지금이면 족하다

나는 그것으로 만족하니 아군도 적도 모두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

진심이지만 어찌 보면 무관심이고 이기적인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용서도 아니고 사랑도 아닌 그저 모두가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

우리의 욕망이 만든 이 작은 기계 생각해보니 나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지키고 싶은 신념은 있었으나 힘이 없었고 지금은 힘이 있으나 지키고 싶은 신념이 없다

생각한 대로 살지만 내 생각이 맞는지 알 수 없어 늘 ‘I’를 붙이며 살아간다 아이처럼 성장하지 못한 나를 담아

조용히, 고통 없이 내일의 해를 보지 않고 하늘로 가고 싶다

하지만 눈을 뜬다면 다시 치열하게 살 것이다 약속도 지키며

하늘에서 김광석을 만날 수 있을까 이제 내가 그보다 십 년이나 더 살았네 인생의 단어들은 퇴색되고 뜨겁던 마음도 식어가는데

가족의 건강만 바라는 나와 달리 세상은 욕심과 바람으로 가득하다 내일의 죽음이 그들에게 그저 이어갈 수 있는 시간으로도 감사할 수 있음을 알았으면

당신들은 잘 살아라 한평생 좋아하는 것만 하다 가고 싶다

그러나 눈을 뜬다면 최선을 다해 모두가 잘 살도록 악을 처단하리 글로도 충분하다


노래의 시간

길 위에 멈췄던 그 순간들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선율을 따라 카세트에 담아두던 젊은 날의 열망 기다림이 주는 보석 같은 순간들

이제는 손 안의 작은 기계 무한한 음악의 바다를 품고 있네 한때의 갈망이 이룬 소소한 기적 그것만으로 내 마음은 충만해지네

내일을 알 수 없는 이 밤에도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눈을 감는다면 그것으로 나는 족하다고

아군도 적도 모두 잘 살기를 무관심으로 보일지 모를 이 바람은 사랑도 용서도 아닌 순수한 소망

세월은 나를 바꾸어 놓았네 한때는 신념을 위해 힘이 없었고 지금은 힘이 있으나 신념이 흐려졌네 미숙한 아이처럼 ‘I’를 붙이며 살아가는 나

김광석보다 십 년을 더 살았지만 여전히 그의 노래는 내 가슴에 흐르고 인생의 열정은 서서히 식어가도 음악은 여전히 내 영혼을 데운다

가족의 건강만을 바라는 나의 소망 그들의 욕심 많은 꿈 사이에서 내일의 죽음조차도 감사할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삶의 의미일 테니

눈을 뜬다면 다시 시작하리 글로써, 노래로써, 사랑으로써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것으로 나는 완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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