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개발자가 개발을 그만두게 되는 다양한 경로와 그 결과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개발을 떠나 관리자로 승진하거나, 영업, 마케팅 등 다른 직군으로 이동하는 개발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IT 업계의 또 다른 측면을 고찰해 보고자 합니다.
개발을 떠난 개발자들의 현실
개발을 떠나 영업, 마케팅 등 다른 직군으로 이동한 개발자들의 연봉은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대기업에서 영업이나 마케팅으로 전환한 경우 최소 7,000만 원 수준이며, 중소기업에서 자신만의 영업망을 구축한 경우에는 8,000~9,000만 원 수준까지도 가능합니다.
“내가 아는 개발자 중에 대기업 영업, 마케팅으로 간 친구들 연봉의 하한선은 7천 정도인 것 같다. 그리고 중소기업에서 본인 영업만 가지고 있는 분들 연봉은 8~9천이 하한선인 것 같다.”
그러나 표면적인 연봉 수치만으로는 이들의 삶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개발에서 벗어나 다른 경로로 나아간 사람들의 장기적인 커리어 궤적을 살펴보면, 초반에는 성공적으로 보이지만 10~15년 후에는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업의 깊이와 만족감
개발자의 삶은 외부에서 보기에 힘들고 스트레스가 많아 보이지만, 그 안에는 남다른 성취감과 만족이 있습니다.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문제를 해결했을 때 느끼는 짜릿함은 다른 직업에서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감정입니다.
“이성적으로 난 잘했어는 있는데 뭔가 짜릿함이 없었다. 막 춤이 절로 나오는 그런 느낌. 개발자로 살면 그런 순간들이 있다. 그러나 다른 분야는 잘 모르겠다.”
프리랜서나 다른 직군으로 이동하면 일견 여유롭고 우아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깊은 몰입과 성취감을 경험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맥북 하나 들고 카페에 앉아 일하는 모습이 자유롭게 보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오는 깊은 만족감의 부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경험의 가치와 한계
한 분야에 깊이 몰입하는 것과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 사이에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습니다. 담배의 맛이 변하는 것처럼, 너무 많은 경험을 하면 각각의 경험에서 오는 깊은 만족감을 느끼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입맛이 변해버린다는 것이다. 나중에는 모든 담배가 맛이 없었다. 그냥 타르, 니코틴을 흡입하는 것이었지 담배 고유의 맛은 하나도 없었다.”
이처럼 개발에서 다른 분야로 너무 빨리, 혹은 깊이 있는 경험 없이 이동하면 어느 분야에서도 진정한 만족과 성취를 찾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다양한 경험이 풍요로움을 줄 수 있지만, 동시에 깊이 있는 몰입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습니다.
보이는 것과 실제의 괴리
직업 세계에서 외부에서 보이는 모습과 실제 경험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바쁘고 스트레스 받아 보이는 매니저가 실제로는 편한 삶을 살고 있을 수도 있고, 여유롭게 보이는 프리랜서가 실제로는 더 큰 불안과 압박 속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평가할 때 가~~~ 장 중요한 정보가 빠져서 완전히 반대로 볼 수 도 있다는 뜻이다. 가령 엄청나게 힘들어 보이는 매니저의 속마음은… 사실 세상 편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특히 경험이 풍부한 개발자는 단순히 대체 가능한 ‘바퀴’가 아니라 시스템의 ‘엔진’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런 핵심 개발자가 개발을 떠나게 되면, 표면적으로는 더 나은 조건으로 보일지라도 장기적으로는 자신의 핵심 경쟁력을 잃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국제 경쟁의 현실
IT 업계, 특히 영업과 마케팅 분야에서는 이미 국제적인 경쟁이 치열합니다. 외국 대학 출신이나 다국어 능력자들이 중소기업에서도 쉽게 볼 수 있으며, 이들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아이비리그까지 아니더라도 미국에서 학교 나와 중소기업만 가 보면 영업/마케팅에 외국 학교 출신 인재를 쉽게 만난다. 더 재미있는 것은 중국의 경우 중국 사람인데 한국말을 더 잘하는 인재도 국내에 많다.”
개발 분야에서 쌓은 전문성을 포기하고 다른 분야로 이동할 때는 이미 그 분야에서 오랜 경험과 교육을, 때로는 국제적인 배경을 가진 전문가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워라밸과 직업적 만족의 균형
많은 개발자들이 더 나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개발을 떠나 관리자로 이동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이 실제로 더 나은 삶의 질로 이어지는지는 의문입니다.
“워라벨 때문에 개발자에서 간판 달고 매니저로 넘어가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나중에 더 답답해질 수 있으니 본인이 직접 개발하는 게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개발자는 직접 문제를 해결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개발자로서의 경험은 기술적 문제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전체를 이해하는 ‘빅 픽처’를 그릴 수 있는 독특한 관점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관점은 단순한 관리 역할로는 얻기 어려운 귀중한 자산입니다.
결론
개발을 떠나는 결정은 단순히 연봉이나 워라밸만을 고려해서는 안 됩니다. 장기적인 커리어 발전 가능성, 직업적 만족감, 그리고 자신의 고유한 경쟁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개발자가 가진 문제 해결 능력과 시스템적 사고는 다른 분야에서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귀중한 역량입니다. 단기적인 이득이나 겉으로 보이는 여유로움에 현혹되지 않고, 자신의 강점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경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개발에서 다른 분야로 이동하고자 한다면, 충분한 개발 경험을 통해 깊이 있는 이해와 통찰력을 쌓은 후에 결정하는 것이 현명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정이 단순한 도피가 아닌, 자신의 역량을 확장하고 더 큰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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