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공지능 업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금에서야 양심 고백하는 것처럼 말하는 인공지능 섹터 엔지니어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이 바닥도 정말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듯하다. 거품 목욕할 때가 좋았지만, 이탈자가 발생하기 시작하면 거품은 금세 빠진다는 것이 현실이다.
AI 업계의 현주소
2022년 말 ChatGPT가 등장한 이후 인공지능 열풍은 그야말로 광풍이었다. 모든 기업이 앞다투어 AI 전략을 발표했고, 스타트업들은 밸류에이션을 높이기 위해 비즈니스 모델과 상관없이 ‘AI’를 접두어처럼 붙였다. 투자자들은 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로 냉철한 판단 없이 자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초기의 환상이 깨지고 현실적인 한계와 도전과제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내부자들의 고백이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가 말했던 것만큼 모든 것이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기술적 한계가 여전히 존재합니다”, “상용화에는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용어의 변화가 말해주는 것
흥미로운 현상 중 하나는 용어의 변화다. 이제 더 이상 인공지능 거품론을 이야기할 필요도 없어서 “챗봇”이라는 비하 발언 대신 “인공지능”이라고 띄워주는 용어 선택으로 바꾸고 있다. 이는 시장의 인식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초기에는 단순한 자연어 처리 기술이나 패턴 인식 알고리즘에도 ‘인공지능’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붙였다. 하지만 이제는 역설적으로, 실체가 드러나는 시점에서 오히려 그 기술을 있는 그대로 평가하게 되었다. 거품이 꺼지면서 기술에 대한 현실적인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거품 속의 진실
거품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그것이 가치 평가를 왜곡하고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AI 거품 속에서 우리는 많은 자원을 실질적 가치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 영역에 투입해왔다.
수많은 AI 스타트업들이 실제 비즈니스 모델 없이 투자금만 소진하다 사라졌다. 대기업들은 실용성 검증 없이 대규모 AI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가 철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리고 이제 그 결과가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거품이 꺼지는 것이 반드시 나쁜 일만은 아니다. 오히려 이것은 기술의 성숙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거쳐야 할 단계일 수 있다.
거품 이후의 세계
전환점을 알리는 이 시기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거품 이후의 세계다. 역사적으로 볼 때, 기술 거품이 꺼진 후에 오히려 더 견고하고 지속 가능한 혁신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닷컴 버블이 꺼진 후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과 같은 진정한 혁신 기업들이 성장했다. 블록체인 열풍이 가라앉은 후에도 실제 가치를 창출하는 분산 원장 기술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인공지능 역시 이제 과장된 약속의 시대를 지나 실제 가치 창출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거품기 없는 튼튼한 땅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잘 자라나길 바란다.
앞으로의 AI 발전 방향
앞으로 AI 기술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인가? 거품이 꺼진 후에 남는 것은 실제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기술이다. 현재 AI가 직면한 주요 도전 과제들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다.
- 신뢰성과 안정성: 환각(hallucination) 문제 해결, 예측 가능한 결과 생성
- 효율성: 리소스 사용 최적화, 모델 경량화
- 특수 도메인 전문화: 일반적 대화 능력보다 특정 산업과 업무에 특화된 솔루션
- 실용적 응용: 화려한 데모보다 실제 비즈니스 문제 해결에 초점
- 윤리와 거버넌스: 책임 있는 AI 개발과 운영을 위한 프레임워크
이러한 방향으로의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대형 언어 모델(LLM)의 일반적 발전보다 산업별, 기능별로 특화된 AI 솔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ROI를 증명할 수 있는 AI 프로젝트들이 주목받고 있다.
기술 생태계의 재편
AI 거품의 조정은 필연적으로 기술 생태계의 재편을 가져올 것이다. 이 과정에서 승자와 패자가 나뉠 것이다.
승자: 실질적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기업, 비용 효율적인 솔루션, 특정 산업에 특화된 AI 기술, 견고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기업
패자: 과장된 마케팅에 의존한 기업, 실제 가치 증명 없이 투자금에만 의존한 스타트업,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범용 솔루션
이러한 재편은 아프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건강한 AI 산업 발전을 위한 필수 과정이다.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거품이 빠지는 순간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이제 더 이상 인공지능 거품론을 이야기할 필요도 없어졌다. 이제는 실제 가치와 영향력에 기반한 건전한 발전을 논할 때다.
거품기 없는 튼튼한 땅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자라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 현실적인 기대치: 과장된 약속이 아닌 현실적인 능력과 한계에 대한 인식
- 가치 중심 접근: 기술 자체가 아닌 창출하는 가치에 초점
-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는 비즈니스 모델
- 책임 있는 개발: 윤리적, 사회적 영향을 고려한 개발
- 협력적 생태계: 경쟁만이 아닌 협력을 통한 건전한 생태계 구축
이러한 전환기를 맞아, 우리는 인공지능 기술의 진정한 가치와 잠재력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은 여전히 혁명적인 기술이다. 다만 이제는 과장된 기대가 아닌, 실제 가치에 기반한 건전한 발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거품기 없는 튼튼한 땅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잘 자라나길 바라며, 이 전환점을 알리는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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