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헬스케어의 발전은 의료 데이터 활용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그러나 병원마다 분산되어 있는 민감한 의료 데이터를 중앙 서버로 모으지 않고도 인공지능(AI) 모델을 학습시키는 것은 여전히 큰 도전 과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목받는 기술이 바로 **연합학습(Federated Learning)**이다.
특히, 심혈관 질환 예측을 목표로 하는 K-FLaSH(Korea Federated Learning for Smart Healthcare) 프로젝트는 연합학습을 실질적으로 의료 데이터에 적용한 국내 최초의 대형 시도 중 하나로, 의료 AI 분야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연합학습(Federated Learning)의 개요
연합학습은 데이터가 저장된 장소를 벗어나지 않고, 각 로컬 노드(병원, 스마트폰 등)에서 AI 모델을 학습시킨 후, 학습된 파라미터(가중치)만 중앙 서버에 모아 통합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법은 특히 의료 데이터처럼 개인정보 보호가 필수적인 분야에서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GDPR, HIPAA와 같은 세계적 개인정보보호 규정들이 강화되면서, 의료 AI 개발은 중앙집중형 학습 방식에서 연합학습 방식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K-FLaSH 프로젝트의 개요와 필요성
한국은 세계에서 의료 데이터의 질이 높기로 손꼽히지만, 병원 간 데이터 형식, 저장 방식, 법적 제약(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 등)으로 인해 데이터를 쉽게 통합할 수 없다. K-FLaSH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형 병원(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과 중소병원, 공공기관 데이터를 활용하여 분산 학습 기반의 심혈관 질환 예측 AI 모델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심혈관 질환은 국내 사망 원인 중 상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조기 예측 시 생존율과 치료효율이 크게 증가한다. 하지만 데이터 격리와 법적 제약으로 인해 기존 방식으로는 고성능 AI 모델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 상황에서 연합학습은 의료 AI의 상용화를 위한 사실상 유일한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K-FLaSH의 기술적 특징
K-FLaSH는 표준화된 데이터 구조(OMOP CDM, FHIR)를 적용해 다양한 형태의 의료 데이터를 통합 관리한다. 심전도(ECG), 혈압, 건강검진 데이터뿐 아니라 향후에는 X-ray, 초음파, 내시경 데이터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AI 모델링 측면에서는 LSTM, Transformer 기반 시계열 분석을 기본으로 하여, 이미지 분석을 위해 CNN(ResNet), Vision Transformer(ViT)도 도입했다. 다중모달 학습(Multi-modal Learning) 기법을 통해 ECG, 혈압, 영상 데이터를 하나의 통합 모델로 학습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연합학습 구현에는 FedAvg(가중치 평균) 알고리즘을 기본으로 적용하고, 데이터 이질성(Non-IID)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FedProx(근접항 추가) 알고리즘을 보완적으로 사용한다. 또한 차분 프라이버시(Differential Privacy)를 적용하여 환자 개인 데이터 복원 위험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시스템 아키텍처와 운영
각 병원은 자체적으로 고성능 GPU 서버(NVIDIA A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중앙 서버는 한국보건의료정보원 데이터센터에 위치해 있다. 병원들은 5G 네트워크를 통해 가중치만을 주기적으로 중앙 서버로 전송한다. 통신 보안은 TLS 1.3을 적용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Homomorphic Encryption(동형암호)을 도입할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병원 간 하드웨어 성능 차이와 데이터 규모 차이를 고려하여 학습 에포크 수와 가중치 반영 비율을 조정하는 정교한 시스템이 운영된다. 또한 통신 장애에 대비한 4G 백업망을 확보하고, 모든 학습 과정은 실시간으로 중앙 대시보드에서 모니터링된다.
성과 목표와 확장성
K-FLaSH는 2027년까지 심혈관 질환 예측 모델의 민감도 90% 이상, 통합 모델 생성 소요 시간 24시간 이내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10개 병원, 50만 명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작하여, 최종적으로는 50개 병원, 200만 명 데이터로 확장할 계획이다.
향후 심혈관 질환 외에도 폐렴, 간경변, 대장암, 피부암 등 다양한 질환에 대해 다중 모달 데이터를 활용한 예측 모델을 개발하고,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도 추진한다. 이미 일본, 동남아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데이터 포맷 국제 표준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K-FLaSH가 가지는 의미
K-FLaSH는 단순히 하나의 연구 프로젝트를 넘어, 한국 의료 AI 생태계의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연합학습을 기반으로 한 의료 데이터 활용 체계는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활용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실질적 방법이다.
또한 병원, 기업, 공공기관 간 협력 모델을 통해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함께 추진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이는 향후 다양한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서 벤치마크가 될 수 있다.
결론
의료 AI의 미래는 데이터에 달려 있다. 그리고 의료 데이터는 프라이버시 보호와 활용 사이의 균형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K-FLaSH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의료 데이터 혁신과 연합학습 기술 선도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의료 AI의 패러다임은 바뀌고 있다. K-FLaSH는 그 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으며, 한국이 글로벌 의료 AI 시장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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