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IT 업계를 둘러보면서 깊이 생각해보게 된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왜 이토록 ‘하나의 승자’만을 꿈꾸는 걸까요? 한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고, 하나의 플랫폼이 모든 것을 통합하는 구조가 과연 바람직한 미래일까요?
제가 도달한 결론은 단순하면서도 본질적인 두 단어입니다. 바로 ‘다양성’과 ‘조화’입니다. 사회 현상의 대부분이 이 두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IT 업계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핀란드의 사례를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한때 노키아라는 거대 기업이 무너졌을 때 많은 사람들이 핀란드 경제의 몰락을 예견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은 달랐습니다. 노키아의 빈자리를 수많은 중소 벤처기업들이 채워갔고, 오히려 더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생태계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저는 ‘하회탈 프로젝트’라는 개념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이는 탈중앙화, 자율성, 공유, 새로운 가치 창조를 아우르는 비전입니다. 예를 들어, 대학을 중심으로 한 지역 기반 서비스 개발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컴퓨터공학과가 있는 대학에서 리눅스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지역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닌, 실현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대기업의 역할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삼성처럼 반도체를 만들거나 대규모 인프라가 필요한 분야는 여전히 대기업의 영역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 외의 영역, 특히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분야에서는 더 많은 다양성이 필요합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기술 공유의 가치입니다. FSF(자유 소프트웨어 재단)나 수많은 오픈소스 프로젝트들이 우리에게 기회를 주었듯이, 우리도 다음 세대를 위해 기술을 공유하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이미 성공한 기업들이 자신들의 기술을 독점하려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생태계 전체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IT 소비 강국이지만, 진정한 의미의 IT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우리만의 운영체제나 프로그래밍 언어도 없는 현실에서, 무작정 인공지능 같은 첨단 기술만 쫓을 것이 아니라, 탄탄한 기초 체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미래는 어느 한 기업이나 조직의 독점이 아닌, 다양한 주체들의 조화로운 생태계 속에서 만들어질 것입니다. 각자의 강점을 살리면서도 서로 협력하고 공유하는 문화,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 아닐까요?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시각입니다. 거대 기업의 성장 신화가 아닌, 다양한 혁신가들의 이야기를 써내려갈 때입니다. 그 속에서 진정한 혁신과 발전이 피어날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