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의 외국선급 개방 정책과 해양 안전 강화 방안: 역사적 맥락과 현재

들어가며: 선급협회의 역할과 중요성

선박은 화물과 여객의 운송에 사용되며, 바다라는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선급협회라는 검사기관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선급협회의 검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화주와 보험회사가 선박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선급검사(임의검사)’와 국가가 공익적 목적으로 실시하는 ‘정부검사’입니다. 대부분의 국가는 행정 효율성을 위해 정부검사를 선급협회에 위임하여 대행시키는데, 이를 ‘정부대행검사’라고 합니다.

현재 해양수산부가 선박 검사 업무를 외국 선급에 개방하는 중요한 정책 변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는 세월호 사고 이후 국내 해양 안전 관리 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 과정의 일환으로, 한국선급이 독점해온 정부 검사 대행 업무에 경쟁 체제를 도입함으로써 선박 안전 관리 수준을 향상시키려는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한국선급의 위상과 외국선급 개방의 배경

한국선급의 역사와 성장

한국선급은 1960년 6월 20일 해운 및 조선업계 인사 18인의 발기로 설립되었으며, 1988년 5월 31일 세계선급협회(IACS)에 회원으로 가입하는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현재 한국선급은 세계 7위 규모의 선급으로 성장하여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위치에 올랐습니다.

한국선급이 IACS 회원이 되기 전까지 한국 선주들은 보험 목적으로 한국선급과 함께 외국 선진 선급에도 이중으로 가입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습니다. 1988년 IACS 멤버십 획득 이후에는 이러한 이중 부담이 해소되어 선주들에게 상당한 경제적 이점을 제공했습니다.

세월호 사고와 안전 관리 체계 재검토

2014년 세월호 사고는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300명이 넘는 소중한 생명을 잃은 이 비극적인 사건은 우리나라 해양 안전 관리 체계의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특히 한국선급의 독점적 지위가 선박 검사의 객관성과 엄격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선박 안전 관리 수준을 국제적 수준으로 향상시키고 독점 체제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 선급 개방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관련 업계의 의견 수렴과 연구 용역을 거쳐 노르웨이독일선급(DNV-GL), 영국선급(LR), 프랑스선급(BV) 3곳을 개방 후보 선급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외국선급 선정 절차와 계획

해양수산부는 이달 말 ‘정부검사업무 대행 외국선급 선정위원회’를 개최하여 앞서 언급한 3개 선급 중 1곳을 최종 선정할 예정입니다. 선정 과정에서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고려될 것입니다:

  1. 선박 안전 관리 향상 기여도
  2. 국내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
  3. 기술 지원 및 교육 프로그램
  4. 국제적 신뢰도와 전문성

최종 선정된 외국 선급과는 내년 중 선박검사 대행 협정을 체결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정부는 한국선급과 외국 선급 간의 경쟁 구도를 형성하여 서비스 품질 향상과 선박 안전 관리 강화를 도모할 것입니다.

한국선급이 직면한 도전과 외국선급 개방 논쟁

한국선급이 직면한 도전

2006년 김인현 목포해양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선급은 다음과 같은 도전에 직면해 있었습니다:

  1. 선급협회의 책임 문제: 선급검사의 잘못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문제가 국제적으로 부각
  2. 노조와의 갈등 관계: 비영리 사단법인인 한국선급 내 노조 결성과 단체행동권 행사 가능성에 대한 우려
  3. 회사 지배구조 문제: 사단법인 체제의 효율성과 합리성에 대한 의문
  4. 개방화 요구 증가: 외국선급, 한국 선주들, 상호주의 원칙에 따른 개방 필요성 증가

외국선급 개방에 대한 찬반 의견

찬성 의견

  • 안전 관리 수준 향상: 선진국의 검사 기술과 노하우 도입을 통한 선박 안전 관리 수준 향상
  • 경쟁 체제 도입: 독점 체제에서 오는 비효율과 관행 타파
  • 국제 표준 적용: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검사 체계 구축
  • 상호주의 원칙 적용: 한국선급이 외국의 정부검사를 대행받기 위한 전략적 필요성

반대 의견

  • 국내 산업 경쟁력 약화: 한국선급의 경쟁력 약화 우려
  • 국부 유출: 검사 비용의 해외 유출 가능성
  • 산업 종속: 국내 조선 및 해운 산업의 외국 종속 가능성
  • 정치적 의도: 한국선급 견제를 위한 정치적 조치라는 의혹

일부에서는 세월호 사고 이전부터 한국선급 회장 선출과 관련하여 해수부와 마찰이 있었던 점을 들어, 이번 개방이 한국선급을 길들이기 위한 방편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외국선급 개방이 가져올 변화

외국선급 개방은 단순히 선박 검사 업무의 주체가 변화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이는 우리나라 해양 안전 관리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1. 선박 검사 품질 향상: 경쟁 체제 도입으로 인한 서비스 품질 향상
  2. 국제 표준 적용: 글로벌 수준의 검사 기준 적용
  3. 안전 문화 확산: 엄격한 검사를 통한 해양 안전 문화 정착
  4. 산업 발전: 장기적으로는 국내 해운 및 조선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

외국선급 개방이 미칠 영향과 대응 방안

개방 시 예상되는 영향

정부검사를 외국 선급에 개방하게 되면, 한국 선주들은 외국 선급에 정부검사와 임의선급검사를 동시에 맡길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김인현 교수는 2006년 연구에서 “한국국적 선주들의 외국선급으로의 이탈이 예상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한국선급의 경쟁력과 시장 점유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한국선급 보호와 발전을 위한 대응 방안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대응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 한국선급의 자체 경쟁력 강화: 서비스 품질 향상, 기술력 제고,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자체 노력
  2. 순차적 개방: 갑작스러운 완전 개방보다는 시간적 여유를 두고 단계적으로 개방 추진
  3. 정부와 업계의 지원: 한국선급의 성장을 위한 정부와 해운·조선 업계의 지속적 지원
  4. 지배구조 개선: 사단법인 형태의 지배구조를 개선하여 의사결정의 효율성과 전문성 제고
  5.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 관계 구축: 정부와 선급 간 인력 교류 등을 통한 협력 강화

해양 안전 강화를 위한 추가 과제

외국선급 개방만으로 모든 해양 안전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와 함께 다음과 같은 추가적인 정책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1. 선박 안전 관리 시스템 고도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선박 안전 관리 시스템 구축
  2. 선원 교육 강화: 비상상황 대응 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확대
  3. 안전 규제 정비: 실효성 있는 안전 규제 체계 구축
  4. 투명한 검사 시스템: 선박 검사 결과의 투명한 공개와 관리
  5. 선급협회 손해배상책임 제도 개선: 정부대행검사와 임의검사에 따른 책임 체계 명확화

나가며: 한국선급의 가치와 미래 방향

한국선급은 1960년 설립 이후 눈부신 성장을 이루어 세계 7위의 선급으로 발전했습니다. 김인현 교수는 “한국선급의 존재는 국가적으로 많은 장점을 안겨준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한국선급은 다음과 같은 국가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1. 경제적 가치: 한국선주들의 선급 중복 가입에 따른 비용 절감(연간 약 404억원)
  2. 기술적 가치: 세계 1위 한국 조선산업 성장에 기여
  3. 고용 창출: 전문 기술인력 315명 고용(해기사, 조선학 전공 등)
  4. 외화 획득: 외국 선박 입급을 통한 외화 수입(전체 수입의 45%)

해양수산부의 외국선급 개방 정책은 세월호 사고 이후 국민적 관심사가 된 해양 안전 문제에 대한 정부의 중요한 대응책입니다. 비록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이번 정책 변화가 우리나라 해양 안전 관리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김인현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한국선급의 주인은 과거 한국선급을 창설한 선각 해운인들의 것이며, 현재 선급종사자들의 것임과 동시에 한국해운(조선 포함)을 위한 것이며, 장차 미래의 한국해운을 위한 것인 동시에 세계해운을 위한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선급의 발전과 외국선급 개방 정책은 균형 있게 추진되어야 할 것입니다.

선박은 수많은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싣고 바다를 항해합니다. 그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중요한 책무입니다. 외국선급 개방이 단순한 제도적 변화를 넘어, 실질적인 안전 강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 산업계, 그리고 국민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참고 자료:

  • 해사신문, “해수부, 이달안에 외국선급 1곳 선정 방침”
  • 김인현(2006), “한국선급의 법적 현안”, 월간해양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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