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정권과 연관된 폴로늄을 이용한 독살 사건들을 종합 분석한 결과, 직접적으로 러시아 정부의 개입이 확인된 사건은 제한적이며, 대부분의 경우 차(茶)를 매개로 한 독살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사건들은 21세기 새로운 형태의 국가 차원 암살 수법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폴로늄-210이라는 극도로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의 사용은 국가 수준의 자원과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국제적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확인된 러시아 정부 연관 독살 사건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사건 (2006년)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독살 사건은 러시아 정부의 개입이 국제법정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된 유일한 사례이다[1]. 전직 KGB 및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이었던 리트비넨코는 2000년 영국으로 망명한 후 푸틴 정권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러시아 정보기관의 비리를 폭로하는 활동을 전개했다[7].
2006년 11월 1일, 리트비넨코는 런던 밀레니엄 메이페어 호텔에서 전직 FSB 요원들인 안드레이 루고보이와 드미트리 콥툰을 만나 차를 마셨다[1][5]. 당초 녹차를 마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사건은 ‘방사능 홍차 사건’으로 불리게 되었다[1]. 차를 마신 직후부터 리트비넨코는 극심한 구토와 복통을 호소하기 시작했으며, 3주간의 고통스러운 투병 끝에 사망했다[2][7].
영국 정부의 부검 결과 리트비넨코의 체내에서 치명적인 양의 폴로늄-210이 검출되었다[5][7]. 영국 정부는 2014년부터 공식 조사를 실시하여 2016년 러시아 연방보안국이 푸틴 대통령의 승인 하에 독살 작전을 수행했다는 결론을 발표했다[2]. 이후 2021년 유럽인권재판소(ECHR)는 “리트비넨코 독살 과정에서 루고보이와 콥툰이 러시아 정부의 요원으로서 일한 게 명백해 보인다”고 판결하며, 러시아 정부의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1][3].
알렉세이 나발니 독살 시도 사건 (2020년)
러시아의 대표적인 야권 인사인 알렉세이 나발니는 2020년 8월 21일 시베리아 톰스크 공항에서 홍차를 마신 후 비행기 내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2][11]. 비행기는 급히 옴스크에 비상착륙했으며, 나발니는 응급치료를 받은 후 독일로 후송되어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2][11].
이 사건은 리트비넨코 사건과 유사한 패턴을 보여주며, ‘푸틴의 홍차’라는 표현이 러시아에서 정적 제거를 의미하는 은유로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2][11]. 나발니의 경우 독살 시도에는 실패했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러시아와 서방 국가들 간의 외교적 갈등이 심화되었다[11].
폴로늄-210의 특성과 독살 무기로서의 활용
폴로늄-210의 물리화학적 특성
폴로늄-210은 1898년 마리 퀴리에 의해 발견된 방사성 원소로, 우라늄 추출 과정에서 생성되는 극도로 치명적인 물질이다[2][4]. 이 물질은 강력한 알파 방사선을 방출하며, 인체 외부에서는 상대적으로 무해하지만 체내로 유입될 경우 세포와 DNA를 완전히 파괴하는 ‘몸속 핵폭탄’ 역할을 한다[12][18].
폴로늄-210의 치명적 특성은 극소량으로도 확실한 살상 효과를 보장한다는 점에 있다[4][12]. 옷핀 머리 크기 정도인 1마이크로그램만으로도 치명적인 방사선량을 전달할 수 있으며, 독성은 청산가리의 약 200만 배에 달한다[11][12]. 체내 유입 후에는 치료법이 전혀 없으며, 2-3주에 걸쳐 장기와 세포를 파괴하며 극도로 고통스러운 죽음을 초래한다[11][12].
국가 차원의 독살 무기로서의 의미
폴로늄-210이 독살 무기로 선택되는 이유는 그 희소성과 생산의 복잡성에 있다[2][12]. 전 세계적으로 연간 약 100g만이 생산되며, 대부분 러시아가 그 출처이다[12]. 핵무기를 대량 보유한 국가들만이 생산 가능하기 때문에, 폴로늄을 사용한 독살은 곧 국가 차원의 개입을 의미한다[2][12].
또한 폴로늄-210은 감마선을 방출하지 않아 일반적인 방사능 탐지기로는 발견하기 어렵고, 국경 통과 시에도 탐지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12]. 이러한 특성들로 인해 전문가들은 폴로늄 사용 자체가 “우리가 죽였다”는 명확한 신호를 보내는 심리적 효과를 노린 것으로 분석한다[9][12].
기타 폴로늄 관련 의문사 사례들
라프산자니 전 이란 대통령 (2017년)
2017년 1월 심장마비로 사망한 이란의 온건파 지도자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의 시신에서 정상치의 10배에 달하는 폴로늄이 검출되었다[10]. 라프산자니는 현직 로하니 대통령을 지지하는 온건파의 후원자로서 보수강경파와 대립하고 있었다[10]. 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 이란 내부 정치갈등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며, 러시아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10].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2004년/2013년 검출)
2004년 사망한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시신에서 2013년 정상치의 36배에 달하는 폴로늄이 검출되었다[15]. 아라파트의 미망인은 “남편 곁에 있는 누군가가 남편이 마시는 차나 커피, 물에 폴로늄을 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15]. 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 이스라엘이 암살 배후로 지목되고 있어 러시아와의 직접적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15].
국제적 파급효과와 핵물질 통제 문제
외교적 갈등과 제재
리트비넨코 사건은 러시아와 서방 국가들 간의 심각한 외교적 갈등을 초래했다[7]. 영국 검찰은 용의자들의 신병 인도를 요구했으나 러시아가 거부하면서 양국 관계가 극도로 악화되었다[7]. 2021년 유럽인권재판소의 판결 이후에도 러시아는 12만2500유로의 배상금 지급 의무를 지게 되었지만, 여전히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1].
핵물질 통제체계의 한계
전문가들은 리트비넨코 사건이 단순한 정치적 암살을 넘어서 국제 핵물질 통제체계의 심각한 허점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한다[12]. 옥사나 안토넨코 런던 국제전략연구소 박사는 “이번 사건은 푸틴 정권의 핵물질 통제능력이 부실하다는 사실을 말해줄 수도 있으며, 이는 곧 세계 곳곳에서 핵물질을 확보한 테러세력들의 출현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12].
특히 폴로늄-210의 불법거래를 막을 특단의 보안책 마련이 어렵다는 점에서, 이러한 물질들이 테러 조직의 손에 들어갈 경우 국제사회 전체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12].
결론
현재까지 푸틴 정권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공식 확인된 폴로늄 독살 사건은 2006년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사건이 유일하다. 2020년 나발니 사건은 독살 시도였으나 실패했으며, 다른 폴로늄 관련 의문사들은 러시아와의 직접적 연관성이 명확하지 않다.
이러한 사건들은 모두 차(茶)를 매개로 한 독살이었으며, ‘푸틴의 홍차’라는 표현이 러시아에서 정적 제거를 의미하는 은유로 자리잡게 되었다. 폴로늄-210이라는 극도로 치명적이고 희소한 방사성 물질의 사용은 국가 차원의 개입을 강하게 시사하며, 21세기 새로운 형태의 정치적 암살 수법으로서 국제사회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향후 이러한 사건들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차원의 핵물질 통제체계 강화와 관련 기술의 확산 방지를 위한 보다 엄격한 규제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출처
[1] ‘방사능 홍차’ 사건 배후에 러시아가 맞다는 판결이 나왔다 – BBC https://www.bbc.com/korean/international-58640577
[2] 러시아서 죽음을 뜻하게 된 ‘푸틴의 홍차'[국제이슈+] – Daum https://v.daum.net/v/ABUI7HWa36
[3] Russia Fatally Poisoned Alexander Litvinenko In London, A Court … https://www.npr.org/2021/09/21/1039224996/russia-alexander-litvinenko-european-court-human-rights-putin
[4] What is polonium-210? – BBC News https://www.bbc.com/news/health-33717184
[5] 러시아 정보요원 출신 숨진 요인은 방사능 차
– 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Inter/article/all/20070128/8400980/1
[6] [PDF] On the radiotoxic 210Po in coffee beans worldwide … – DiVA portal https://www.diva-portal.org/smash/get/diva2:1746747/FULLTEXT01.pdf
[7] 前 KGB요원 리트비넨코 죽기 전 독살 배후로 푸틴 지목 –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150128074600009
[8] ‘독살 방사능’ 독일서도 검출 – 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Inter/article/all/20061211/8383527/1
[9] [#인기급상승] 일반인은 만들 수도, 접근할 수도 없는 폴로늄을 홍차에 … https://www.youtube.com/watch?v=VvKpSX-ddHs
[10] 라프산자니 전 이란대통령 시신서 맹독 방사성 물질 과다 검출 –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171218049600009
[11] 러시아서 죽음을 뜻하게 된 ‘푸틴의 홍차'[국제이슈+] – 아시아경제 https://www.asiae.co.kr/article/2020082307555539702
[12] 치명적 방사능 물질 ‘폴로늄-210’ 21세기형 암살자로 부상 – 서울경제 https://www.sedaily.com/NewsView/1HQYJ2OHWM
[13] 핀란드항공, 방사능 검출로 모스크바공항 억류 – 이투뉴스 http://www.e2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6594&replyAll=&reply_sc_order_by=I
[14] 푸틴 “전 정보요원 죽음 정치적으로 이용돼” –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74234.html
[15] ‘독살 의혹’ 아라파트 시신, 방사성 물질 ‘폴로늄’ 검출 – MBC 뉴스 http://imnews.imbc.com/replay/2013/nwdesk/article/3365102_30357.html
[16] “프리고진, 곧 ‘방사능 홍차’로 암살될 것”…세기의 독살 사건 재현될까 https://nownews.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627601007
[17] [#또보겠집] 인간의 잔혹함을 보여주는, 치밀하게 계획된 독살사건 … https://www.youtube.com/watch?v=50rFqytprhg
[18] 방사선 – 알파선, 베타선, 감마선의 모든 것 :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yeskrmc/130171465639
[19] 러시아 스파이가 독살된 푸틴의 방사능 홍차 사건, 왜 … –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JwPyYlpX_Zs
[20] [#알쓸범잡2] 러시아 스파이가 이렇게 죽었다? 대놓고 살인을 해도 … https://www.youtube.com/watch?v=OpQZQFzkDks
[21] 러시아, 아에로플로트 여객기 20대 방사능물질 검사 – 네이트 뉴스 https://news.nate.com/view/20061215n14351
[22] Poisoning of Alexander Litvinenko –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Poisoning_of_Alexander_Litvinenko
[23] Political Refugees – 스파이를 사랑한 댄서 – 이코노미스트 https://economist.co.kr/article/view/ecn201301160005
[24] ‘Liquid Radioactive Materials’ Polonium-210 Coffee Mug https://unitednuclear.com/all-c-29_74/liquid-radioactive-materials-polonium210-coffee-mug-p-411.html
[25] “당신은 독극물에 중독됐어” –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06/12/09/2006120900218.html
[26] 끝나지 않은 ‘리트비넨코 독살 사건’ – KBS 뉴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1312636
[27] 푸틴이 건넨 홍차, 왜 죽음의 전조인가? – 내외신문 https://www.naewaynews.com/316636
[28] “프리고진, 곧 ‘방사능 홍차’로 암살될 것”…세기의 독살 사건 재현될까 https://news.nate.com/view/20230627n12772
[29] 아라파트 독살 가능성 증거 발견 : 네이트 뉴스 https://news.nate.com/view/20131108n01517
[30] “아라파트 독살 증거”…공식 부검 결과 나와 – KBS 뉴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2752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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