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분산투자와 진정한 의리
“It is the part of a wise man to keep himself today for tomorrow, and not to venture all his eggs in one basket.”
—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중 산초 판자의 말
인생은 이미 분산투자다
투자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격언이지만, 가장 지키기 어려운 원칙이기도 하다. 확실한 기회가 보일 때는 모든 것을 걸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인생 자체가 이미 완벽한 분산투자였다.
가족이 있다는 것, 아이가 있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우리의 ‘자산’은 이미 여러 바구니에 나뉘어 있다. 사업이 망해도 아이의 건강한 성장이라는 가장 소중한 투자 수익이 남는다. 혼자가 아니라는 안전망이 있기에 더 과감한 도전이 가능하다.
물론 네트워크가 넓어질수록 관리해야 할 관계도 많아지고, 마음의 상처에 노출될 위험도 커진다. 이 또한 리스크의 한 종류다. 하지만 고립된 성공보다는 연결된 성취가 더 의미 있고 지속가능하다.
가치의 진정한 의미
과거 3만원짜리 책을 1000원에 나누어주며 배운 교훈이 있다. 가장 큰 불만을 제기한 것은 1000원을 후원한 사람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진정한 가치는 그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에게만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이후 나는 내 전문성에 합당한 대가를 받기 시작했다. 한 달에 2천만원 이하의 강의는 거절했고, 그렇게 5년을 보냈다. 돈을 받은 만큼 최선을 다했고, 수강생들이 좋은 곳에 취업하며 성공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꼈다.
프로는 받은 만큼 일하는 사람이다. 영화 《시카리오》의 용병들처럼, 대가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것이 진정한 프로정신이다.
관계의 진화: 지연에서 계약으로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권자와 직접 대화하는 것이다. 혈연, 지연, 학연에 의존하는 관계는 한계가 있다. 작더라도 본인 소유의 무언가가 있는 사람,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과 일해야 진전이 빠르다.
대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결국 모든 일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 원칙을 벗어나는 순간 아무리 큰 조직이라도 그 사람을 제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작동한다. 정도를 걷는 것이 결국 가장 빠른 길이다.
의리의 현대적 의미
진정한 의리는 돈이나 이익을 나누는 것이 아니다. 믿음과 소망과 사랑을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지 않고, 서로를 존중하며,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김보성 씨 같은 분을 모델로 삼고 싶다고 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깨끗하고 투명한 의리를 중심으로 한 시스템은 창립자가 사라진 후에도 스스로 굴러간다. 이것이 진정한 지속가능성이다.
다양성이 주는 힘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이유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포지션을 생각하고, 명확한 거절을 할 줄 알기 때문이다. Give & Take의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의사결정권자와만 대화한다.
조폭이나 가족기업이 오래가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성의 부족 때문이다. 같은 부류의 사람들끼리만 뭉치면 결국 사회의 큰 흐름을 읽지 못하고 도태된다. 국가 경쟁력도 마찬가지다.
내일을 위한 오늘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것은 단순히 위험을 분산하라는 뜻이 아니다. 오늘을 위해 내일을 포기하지 말고, 내일을 위해 오늘을 준비하라는 뜻이다.
인생의 다양한 영역에서 씨앗을 뿌리고, 서로 다른 사람들과 진정한 관계를 맺고, 원칙을 지키며 성장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분산투자다.
내일은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궁금함 자체가 인생의 재미다. 그리고 그 재미를 혼자가 아닌 함께 나눌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투자 수익이 아닐까.
“지혜로운 사람은 오늘을 위해 내일을 준비하고, 모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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