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필적 고의는 특정 개인이 하루아침에 창시한 개념이 아니라, 수세기에 걸친 법학의 발전 과정에서 여러 학자들의 기여를 통해 형성된 개념입니다. 특히 독일 형법학의 발전사에서 중요한 인물들과 판례들을 중심으로 그 창시와 발전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미필적 고의 개념의 역사적 창시자들
카르프조프(Carpzov)의 간접고의 이론
미필적 고의의 직접적인 기원은 **17세기 독일의 법학자 카르프조프(Benedikt Carpzov, 1595-1666)**가 제시한 ‘간접고의(dolus indirectus)’ 이론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12.
카르프조프는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고의살인과 과실치사의 구별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행위자가 악의로 타인을 살해하였거나 타인을 중하게 상해하였고 그로부터 사망이 불가피하게 야기되었다면 살인죄의 고의를 인정”한다고 주장했으며, 자신의 주장을 근거짓기 위해 바르톨루스 원칙, 일반고의 이론, 간접고의 이론을 모두 활용했습니다2.
뵈머(Böhmer)의 발전
카르프조프의 이론을 **뵈머(Georg Ludwig Böhmer, 1715-1797)**가 더욱 발전시켰습니다. 뵈머는 간접고의 개념을 정교화하여 **”결과발생의 가능성에 대한 행위자의 인식과 결과에 대한 잠재적 동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12.
뵈머의 설명에 따르면, 간접고의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행위자가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대한 미필적인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보았으며, 이는 오늘날 미필적 고의 개념의 선구자로 평가됩니다2.
포이에르바하(Feuerbach)의 이론적 정립
**19세기 초 포이에르바하(Paul Johann Anselm Feuerbach, 1775-1833)**는 심리강제설에 기반하여 고의를 범행목적으로 정의하고, 고의를 확정적 고의와 불확정적 고의로 구분했습니다12.
포이에르바하의 고의 구분에 관한 설명은 그 후 학계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우리 학계도 이 설명에 기반하여 미필적 고의 이론을 발전시켰습니다2.
역사적 발전 과정
로마법 시대의 기초
미필적 고의의 근원은 고대 로마법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로마법에서는 **dolus(고의), culpa(과실), casus(우연)**를 구분했으나, 현재와 같은 미필적 고의의 추상적 개념은 아직 완전히 발달하지 않았습니다12.
중세의 발전
중세 게르만법과 중세 법사상에서는 고의와 과실의 추상적 개념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점차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대의 교회법에서도 명정상태에서의 행위에 대한 책임 등을 통해 주관적 요소에 대한 인식이 발전했습니다3.
근세 독일법학의 체계화
근세 독일법학에서는 고의 개념을 확장하려는 시도들이 나타났습니다. 이에는 바르톨루스 원칙, 일반고의 이론, 간접고의 이론 등이 있었으며, 이러한 시도들이 현재 미필적 고의 개념의 토대가 되었습니다2.
한국에서의 미필적 고의 발전
일제강점기와 독일법학의 영향
한국의 형법학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독일 형법학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1960년대부터 독일의 목적적 행위론이 도입되고, 1970년대 들어 독일에서 연구를 마친 형법학자들이 늘어나면서 독일의 형법이론이 다양하게 소개되었습니다4.
백남억과 한국 형법학의 기초
**백남억(1914-2001)**은 한국형사법학회 창립 당시 이사였으며, 형법총론 교과서와 여러 형법논문을 남긴 중요한 형법학자입니다54. 그는 형법의 인권보장기능 및 국가형벌권 제약기능을 강조했으며, 한국 형법학 발전에 기여했습니다.
주요 판례와 사례
한국 대법원의 판례 발전
한국에서 미필적 고의에 관한 중요한 법리는 대법원 판례를 통해 정립되었습니다.
대법원 1987. 2. 10. 선고 86도2338 판결에서는 “미필적 고의라 함은 결과의 발생이 불확실한 경우 즉 행위자에 있어서 그 결과발생에 대한 확실한 예견은 없으나 그 가능성은 인정하는 것으로, 이러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결과발생의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결과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음을 요한다“고 명시했습니다6.
김부남 사건 (1991)
김부남 사건은 미필적 고의와 관련된 중요한 사례 중 하나입니다. 1991년 1월 30일 김부남(당시 30세)이 9세 때 자신을 성폭행했던 송백권(당시 55세)을 살해한 사건으로, 아동 성폭행의 후유증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며 성폭력 특별법 제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7.
현대적 사례들
최근 인하대 성폭행 추락사 사건에서도 미필적 고의 논란이 있었습니다. 검찰은 피의자에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했으나, 1심 재판부는 살인의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준강간치사 혐의만 인정하는 등 미필적 고의의 판단이 여전히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8.
현재의 학설과 이론
현재 미필적 고의에 관한 주요 학설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가능성설: 결과발생의 구체적 가능성 인식 시 미필적 고의 인정
- 개연성설: 결과발생의 고도의 가능성(개연성) 인식 시 미필적 고의 인정
- 용인설: 결과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 존재 시 미필적 고의 인정
- 감수설: 결과발생을 감수하는 의사 존재 시 미필적 고의 인정910
결론
미필적 고의는 특정 개인이 창시한 것이 아니라, 카르프조프의 간접고의 이론에서 시작하여 뵈머의 발전, 포이에르바하의 체계화를 거쳐 현재에 이른 집단적 학술 발전의 산물입니다. 이 개념은 로마법 시대부터 시작된 서구 법학의 오랜 발전 과정에서 형성되었으며, 한국에서는 일제강점기 이후 독일 형법학의 영향을 받아 정착되었습니다. 현재도 다양한 판례와 학설을 통해 계속 발전하고 있는 살아있는 법적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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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www.lawtimes.co.kr/news/20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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