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상도 이미지 분류, 왜 ‘패치 기반 학습’이 정답인가?

딥러닝을 이용한 이미지 분류 기술은 빠르게 발전해왔지만, 고해상도 이미지를 그대로 처리하기에는 여전히 기술적·물리적 제약이 크다. 특히 반도체 결함 탐지, 의료 영상 분석, 초고해상도 풍경 이미지의 객체 분류 등 세밀한 디테일이 중요한 문제에서는 단순히 기존의 이미지 분류 모델을 확장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가장 큰 병목은 해상도 자체다. 현재 대부분의 대표적인 이미지 분류 모델(EfficientNet, ResNet, ViT 등)은 기본 입력 해상도를 224×224 또는 384×384로 설계하고 있다. 이를 초과하는 입력은 GPU 메모리, 학습 시간, 입출력 대역폭 측면에서 즉각적으로 비용을 유발한다. 예를 들어 512×512 수준까지는 하이엔드 GPU(H100, A100 등)로 어느 정도 감내 가능하지만, 4K(3840×2160) 이미지를 단일 입력으로 처리하는 것은 사실상 실전에서 불가능하다.

이런 환경에서 효과적인 대안은 ‘패치 기반 학습과 추론 전략’이다.


패치 기반 학습의 개념

패치 학습은 전체 이미지를 그대로 줄여서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작은 조각(patch)으로 잘라서 학습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4K 이미지를 512×512 크기의 패치로 나누면, 64개 이상의 작은 이미지로 분할할 수 있다. 각 패치는 상대적으로 디테일이 잘 보존되며, 모델은 메모리 부담 없이 이 패치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다.

특히 결함 탐지와 같은 불균형 문제에서는 학습 단계에서 ‘정상 패치’와 ‘이상 패치’를 구분하여 지도학습을 진행할 수 있다. 이는 데이터 라벨링 부담을 줄이면서도, 모델이 핵심적인 차이를 구분하는 데 집중하게 한다.

또한, 이러한 구조는 특정 클래스가 이미지 전체의 극히 일부분만 차지하는 경우에도 유리하다. 패치마다 독립적으로 라벨을 줄 수 있으므로, 다중 객체나 소수 클래스에 대한 민감도 또한 확보할 수 있다.


추론 단계에서의 적용

학습 단계가 패치 단위라면, 추론도 패치 단위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슬라이딩 윈도우(sliding window) 방식이 널리 활용된다. 전체 이미지를 일정 크기의 패치로 나누고, 일정 간격(stride)으로 겹치게 이동시키면서 전체 이미지를 스캔한다. 이때 겹치는 영역은 예측값을 평균화하거나 최대화하는 방식으로 통합한다.

추론 결과는 원본 이미지의 좌표계로 다시 복원되어 시각화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Heatmap 형태의 결함 분포도나 위험도 분석 결과를 생성할 수 있다. 이 과정은 고해상도 전체 이미지에 대한 ‘국소적 인지’를 가능하게 하며, 사용자는 이미지 전체를 손실 없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전통적 접근과의 차별성

기존 접근 방식은 이미지 전체를 downscale하여 모델에 입력했기 때문에, 객체가 작거나 국소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은 손실될 수밖에 없었다. 반면 패치 기반 접근은 “국소 영역에서의 세밀한 판단”을 기본으로 삼는다. 그 결과 모델은 더 높은 정확도로 미세 결함을 감지하거나, 서로 유사한 시각적 특성을 지닌 객체들을 구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당근’과 ‘당근 모양 팬’을 구분해야 하는 분류 작업에서, 전체 이미지를 줄여 처리하면 두 개의 특징은 유사해진다. 하지만 개별 패치에서는 재질, 윤곽, 미세한 패턴 차이를 보다 명확히 식별할 수 있다.


응용 확장: 비전 트랜스포머와 멀티스케일 전략

최근에는 Vision Transformer(ViT) 기반 모델들이 본질적으로 패치 기반의 입력 구조를 채택하고 있어, 이 전략과 자연스럽게 연계된다. 또한 FPN(Feature Pyramid Network)이나 HRNet 같은 멀티스케일 구조는 다른 해상도의 정보를 병합하여 전역과 국소 특성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패치 기반 예측을 통해 만든 결과를 후처리 단계에서 polygon mask나 bounding box로 통합하거나, 이상 패턴의 확률 밀도를 기반으로 객체의 존재를 예측하는 데까지 확장하고 있다.


마무리

결론적으로, 고해상도 이미지 분류에 있어서 기존의 전체 입력 기반 학습은 더 이상 실용적이지 않다. 현재 딥러닝 기술이 감당할 수 있는 해상도의 한계를 인식하고, 패치 기반 학습 및 위치 기반 재조합이라는 현실적인 전략을 채택하는 것이 정밀한 예측과 효율적인 학습을 모두 만족시키는 핵심이다.

이 접근은 단순한 우회가 아니라, 앞으로의 고해상도 이미지 AI 처리에 있어서 구조적 해결책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코멘트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