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옵션, 그리고 우리 일상 속의 ‘권리 거래’

콜옵션은 무엇인가를 살 권리를 사는 것이다. 현대적 옵션 거래의 뿌리는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거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알려져 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농부가 3개월 후 수확할 쌀 1000포를 지금 포대당 5만원에 살 권리를 1000원에 판다고 하자. 나는 1000원을 내고 이 권리를 산다. 3개월 후 쌀값이 6만원으로 올랐다면 나는 권리를 행사해서 5만원에 사서 6만원에 팔 수 있다. 하지만 쌀값이 4만원으로 떨어졌다면 그냥 권리를 포기하면 된다. 손해는 처음에 낸 1000원뿐이다.

권리를 샀으니 때가 되면 전화(call)를 해서 “쌀 달라”고 해야 한다. 그래서 콜옵션이다.

일상 속 콜옵션들

이런 ‘권리 거래’ 개념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예약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레스토랑 예약을 할 때 예약금을 미리 내면, 그날 그 시간에 자리를 차지할 권리를 사는 것이다. 손님은 확실한 자리를 보장받고, 레스토랑은 노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캐치테이블 같은 앱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크라우드펀딩도 비슷한 구조다. 와디즈나 텀블벅에서 프로젝트에 후원하는 것은 완제품이 나올 때 그것을 받을 권리를 미리 사는 것이다. 제품이 성공적으로 출시되면 권리를 행사하고, 실패하면 후원금만 잃는다.

신뢰가 핵심이다

하지만 모든 권리 거래에는 상대방을 믿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농부가 약속한 쌀을 정말 줄 것인가? 크라우드펀딩 업체가 제품을 만들어낼 것인가?

지인이 노트북 공동구매에서 150만원을 날린 사례처럼, 콜옵션에는 필연적으로 사기꾼이 따라붙는다. 그래서 처음 거래하는 상대에게는 당연히 선입금을 요구해야 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이력이 중요하다.

가장 비싼 콜옵션

최근 화제가 된 사랑이 치료비 모금을 보면서 생각해봤다. 15억이라는 거액이 22일 만에 모였지만, 그 누구도 돈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사랑이의 생명 앞에서는 부족한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기부금을 내고 받은 것은 무엇일까? 사랑이가 건강해질 권리? 아니다. 그보다 훨씬 값진 것을 이미 받고 있었다. 바로 연민과 공감,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일원이라는 소속감이다.

이것은 콜옵션이 아니라 현금과 같은 현물 거래다. 기부하는 순간 이미 받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교육의 필요성

부모가 자식에게 돈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나중에 효도받을 권리”를 사는 게 아니라, 사랑하고 보살피는 그 순간의 만족감과 보람이라는 현물을 받고 있다.

온갖 어려운 경제 용어로 사기를 치는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면, 콜옵션 같은 기본 개념이라도 학교에서 가르쳤으면 한다. 경제는 이미 우리 삶의 중심이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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