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와 대체 불가능 토큰(NFT), 메타버스 산업의 확산은 디지털 자산을 둘러싼 권리와 창작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 밈(meme) 문화에서 탄생한 캐릭터가 글로벌 시장에서 실질적 자산으로 거래되고, 법적 분쟁의 대상이 되는 현상은 매우 상징적이다.
페페 더 프로그(Pepe the Frog)는 만화 작가 매트 퓨리(Matt Furie)가 창작한 캐릭터로, 인터넷 밈의 대표적인 상징이자 여러 커뮤니티에서 반복적으로 재해석된 존재다. 그러나 창작자의 동의 없이 코인, NFT, 각종 굿즈 형태로 유통되면서 저작권 분쟁이 발생했고, 원작자가 직접 법적 대응에 나서 승소한 사례가 있다. 이 사건은 디지털 밈을 자산화하려는 움직임과 원작자의 권리가 충돌했을 때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페페 코인’은 이미 여러 차례 등장했으나, 대부분은 비공식적 시도로 원작자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이는 곧 투자자들에게도 법적 리스크로 작용한다. 저작권 문제를 간과한 채 밈을 활용한 자산을 발행하면, 향후 법적 제재나 상표권 문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창작자와의 협력, 정식 라이선스 확보는 단순히 도덕적 당위의 문제가 아니라 프로젝트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핵심 요건이다.
최근에는 블록체인 인프라의 다양화와 메타버스 플랫폼의 성장 속에서, 이러한 밈 기반 자산이 새로운 방향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예컨대 기존 이더리움 기반 토큰이 아닌 솔라나(Solana)와 같은 고속·저비용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더 많은 사용자가 접근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여기에 메타버스 플랫폼과의 결합이 더해진다면, 단순한 투자 대상이 아니라 사용자 참여형 콘텐츠 자산으로 확장될 수 있다. 가상 공간 속에서 캐릭터를 활용한 커뮤니티 활동, 게임, 사회적 이벤트가 가능해지며, 토큰은 그 자체로 문화적 교환 수단이 된다.
하지만 중요한 전제 조건은 언제나 동일하다. 창작자의 권리 보장과 공식 승인이다. 아무리 기술적 기반이 탄탄하고 커뮤니티 참여가 활발하더라도, 원작자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 프로젝트는 장기적으로 생존하기 어렵다. 반대로, 창작자와 협력해 정식 인정을 받는다면 단순히 밈 코인을 넘어서 디지털 문화 자산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중요한 교훈을 얻는다. 디지털 시대의 창작물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문화적 상징이자 경제적 가치의 매개체가 된다. 그리고 이를 다루는 방식은 기술적 혁신뿐 아니라 법적, 윤리적 기준 위에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페페의 사례는 디지털 밈이 어떻게 문화적 자산으로 진화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창작자와 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공존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한 코인 프로젝트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메타버스와 블록체인이 전개될 방향을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이정표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