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는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자산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개방적이고 혁신 친화적인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1]. 2018년 ICO 가이드라인 발표를 시작으로 2021년 분산원장기술법(DLT Act) 시행에 이르기까지, 스위스는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통해 산업 진흥과 투자자 보호의 균형을 추구하고 있다. 가상자산을 이용한 결제가 규제 대상 활동에 속하지 않으며 별도 보고 요건도 존재하지 않는 등[1], 스위스의 정책은 기술 중립적 접근과 혁신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 최근에는 중앙은행의 비트코인 보유 의무화를 위한 국민투표까지 추진되는 등[2], 가상자산 생태계 확장을 위한 정책적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스위스 가상자산 정책의 기본 철학과 접근 방식
스위스의 가상자산 정책은 규제보다는 산업 진흥에 초점을 맞춘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스위스 금융시장감독청(FINMA)은 ICO 가이드라인 제정 목적을 ‘규제’가 아닌 블록체인 산업 ‘진흥’을 위한 조치라고 명시했다[6]. 이는 명확한 규정이 없어 발생하는 혼란과 불확실성을 제거해 산업을 진흥하겠다는 전략적 의도를 반영한다[6]. 요한 슈나이더 암만 전 스위스 경제부 장관은 “스위스가 ICO시장의 번영과 함께 디지털 혁신을 위한 ‘크립토 네이션’이 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6].
스위스의 정책 철학은 기술 중립적 접근과 혁신 지원이라는 두 축으로 구성된다. FINMA는 규제 당국이 관련 조항을 기술 중립적인 방식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고객과 수익자에 대한 정보가 지급 지시서와 함께 전송되어야 한다는 요건이 은행송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블록체인 결제에도 적용된다고 명시했다[5]. 이러한 접근 방식은 기존 금융 체계와의 조화를 추구하면서도 새로운 기술의 특성을 인정하는 균형잡힌 정책 기조를 보여준다.
ICO 가이드라인과 토큰 분류 체계
2018년 FINMA가 발표한 ICO 가이드라인은 스위스 가상자산 정책의 초석이 되었다. 이 가이드라인은 ICO를 지불형(payment), 기능형(utility), 자산형(asset) 3가지로 분류하는 체계를 제시했다[6]. 지불형 토큰은 지불 수단 외에 다른 기능이 없는 토큰으로 자금세탁 규정을 준수해야 하지만 증권으로 취급되지 않는다[6]. 기능형 토큰은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에 디지털 접근권을 제공하는 목적으로 개발된 것으로, 오직 디지털 접근권의 목적만 수행하며 발행 시점에 이미 사용가능해야 하고 증권으로 취급하지 않는다[6].
자산형 토큰은 실제 물리적 근거, 회사, 수익 흐름에 참여하거나 배당금, 이자, 수익에 대한 권리를 주는 경우로, 경제적인 측면에서 주식, 채권, 파생상품에 가까운 형태다[6]. 이러한 토큰은 증권으로 간주되어 증권법이 적용된다[6]. 이 분류 체계는 토큰의 기능과 경제적 실질에 따라 차별화된 규제를 적용하는 혁신적인 접근 방식으로, 글로벌 가상자산 규제의 표준이 되었다.
분산원장기술법(DLT Act)과 법적 프레임워크
2020년 9월 스위스 연방정부가 통과시킨 분산원장기술법(DLT Act)은 스위스 가상자산 정책의 중요한 이정표다[8][13]. 이 법안은 2021년 2월과 8월 두 단계에 걸쳐 시행되었으며, 주요 내용은 전자 등록부를 통한 권리 거래다[8][13]. 이는 블록체인 상의 권리 이전을 법적으로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8][13].
DLT 프로토콜에 등록된 증권을 DLT 증권이라 하며, 프로토콜 상에서 DLT 증권의 소유주가 바뀌는 경우 양도 증서가 부재하더라도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8][13]. DLT 증권에 대한 다자간 거래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분산원장기술을 활용한 매매 시스템 운영이 필요하며, 관련 법안에는 분산원장기술 기반의 거래 시스템 운영을 위한 새로운 라이선스 신설과 관련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8][13]. 현재 스위스에서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스위스 증권거래소가 운영하는 SDX가 있다[8][13].
자금세탁방지(AML) 및 고객확인(KYC) 규제
스위스는 FATF(정부간 자금세탁방지기구) 권고사항을 준수하면서도 독자적인 AML/KYC 규제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2019년 FINMA가 발표한 블록체인 결제에 대한 지침에 따르면, 블록체인 서비스 공급사는 고객 확인 절차(KYC)를 수행하고, 자사의 사업 관계를 모니터링함에 있어서 리스크 기반의 접근방법을 따라야 한다[5]. 또한 자사 플랫폼에서 의심스러운 활동이 발견될 경우에는 스위스 자금세탁 신고 사무소(MROS)에 알려야 한다[5].
2025년 4월 업데이트된 AML 규정에 따르면, 암호화폐 지갑 소유권에 대한 의무적 검증, 강화된 거래 모니터링 임계값, CHF 10,000을 초과하는 거래에 대한 새로운 보고 요건이 도입되었다[3]. 또한 암호화폐 전송을 위한 “여행 규칙(travel rule)” 구현이 공식화되어 모든 거래에 대해 완전한 발송자 및 수취인 정보가 요구된다[3]. FINMA는 규제받지 않는 암호화폐 지갑 제공업체가 관련된 결제를 해당 요건에서 제외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FATF 지침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고 밝혔다[5].
세금 정책과 과세 체계
스위스의 가상자산 세금 정책은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체계를 제공한다. 스위스 연방세청(SFTA)은 암호화폐 자산을 부, 소득세 및 자본 이득세의 적용을 받는 자산으로 간주하며, 연간 세금 신고서에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9]. 암호화폐 거래소 및 관리 서비스 제공은 합법적이며 SFTA 및 FINMA에 의해 규제된다[9]. 스위스에서는 암호화폐와 가상통화가 자산이나 재산으로 분류되며, 교환은 합법적이다[9].
2024년 현재 스위스는 계속해서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암호화폐에 친화적인 관할권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10]. 규제와 세금 정책은 연방 수준에서 이루어지며, 암호화폐에 대한 세금 정책은 연방 세무청(FTA)에서 개발한다[10]. 스위스는 또한 2016년부터 추크시에서 비트코인을 도시세 납부 방법으로 도입하는 등 실용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9].
라이선스 체계와 규제 승인
스위스의 가상자산 라이선스 체계는 서비스 유형에 따라 차별화되어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FINMA의 라이선스가 필요하며, 최대 CHF 100만의 정부 예금에 대해서는 암호화폐 라이선스 면제가 가능하다[9]. 다만 거래소는 회사가 FINMA의 감독을 받지 않는 경우 자금이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서면으로 고객에게 알려야 한다[9].
2025년 3월 FINMA는 최초의 규제받는 스위스 블록체인 플랫폼에 대해 승인했다[4]. 이는 BX Digital이라는 회사의 프로젝트로, 독일 보르제 슈투트가르트 그룹의 계열사인 BX Swiss AG의 자회사다[4]. FINMA가 DLT(분산원장기술) 거래 시스템 운영 허가를 승인한 것은 디지털 자산 부문에서 자본시장 효율성과 고객 접근성에 대한 새로운 표준을 설정하는 중요한 단계라고 평가된다[4].
최근 정책 동향과 미래 전망
스위스의 가상자산 정책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2025년 1월, 스위스 암호화폐 옹호론자들을 포함한 10명으로 구성된 단체가 스위스 중앙은행(SNB)이 보유금의 일부를 금과 비트코인으로 보유하도록 하는 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다[2]. 이들은 국민투표에 부치기 위해 필요한 10만 명의 서명을 모으기 위한 18개월간의 여정에 돌입했다[2].
하지만 SNB는 이전부터 비트코인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혀왔으며,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이 크고 안정적인 자산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2]. 이번 이니셔티브는 스위스 내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과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며, 그 결과는 향후 스위스의 암호화폐 정책 방향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의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2].
또한 스위스 기업들의 해외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2025년 5월 스위스 암호화폐 금융 서비스 기업 비트코인 스위스가 아부다비 글로벌 마켓(ADGM) 금융 서비스 규제 당국(FSRA)으로부터 규제 승인을 받으며 중동 진출을 본격화했다[14]. 이는 EU 밖 첫 번째 진출 사례로, 스위스 가상자산 기업들의 글로벌 확장을 보여주는 사례다[14].
결론
스위스의 가상자산 정책은 혁신 촉진과 투자자 보호의 균형을 추구하는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2018년 ICO 가이드라인부터 2021년 DLT Act 시행까지, 스위스는 명확하고 일관된 규제 프레임워크를 통해 가상자산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1][6][8]. 가상자산을 이용한 결제가 규제 대상 활동에 속하지 않으며 별도 보고 요건도 존재하지 않는 등[1], 스위스의 정책은 세계에서 가장 개방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스위스의 접근 방식은 기술 중립적이면서도 실용적이다. 토큰의 기능과 경제적 실질에 따른 차별화된 규제 적용, 블록체인 상의 권리 이전에 대한 법적 인정, 그리고 혁신 친화적이면서도 적절한 AML/KYC 요건 적용 등은 다른 국가들이 참고할 만한 정책 모델을 제시한다. 최근 중앙은행의 비트코인 보유 의무화에 대한 국민투표 논의까지 진행되는 것을 보면[2], 스위스는 가상자산 생태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정책적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출처
[1] 코빗, 각국 가상자산 정책 분석 보고서 발간…”스위스가 가장 개방적” https://www.digital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519009
[2] 스위스, ‘비트코인 비축’ 국민투표 추진… 찬반 논란 격화 https://www.g-enews.com/article/Global-Biz/2025/01/202501010723526321e250e8e188_1
[3] Updated Swiss AML Regulations for Virtual Assets – CGASwiss https://cgaswiss.com/resources/news/switzerland-updates-anti-money-laundering-regulations-for-virtual-assets
[4] Swiss give green light to first regulated blockchain platform – Swissinfo https://www.swissinfo.ch/eng/banking-fintech/finma-green-light-for-first-regulated-blockchain-platform/89031469
[5] 스위스 규제당국, 블록체인 결제에 대한 AML, KYC 지침 발표 https://kr.cointelegraph.com/news/swiss-regulator-releases-aml-kyc-guidance-for-blockchain-payments
[6] 우리도 배워야 할 스위스의 ICO 가이드라인 – 지디넷코리아 https://zdnet.co.kr/view/?no=20180221184025
[7] SIX Digital Exchange gets regulatory approval from FINMA https://www.six-group.com/en/newsroom/media-releases/2021/20210910-sdx-finma-approval.html
[8] [PDF] [#STO] 17. 스위스, ICO 가이드라인부터 DLT법안까지 – 키움증권 https://invest.kiwoom.com/inv/resource/202311/UploadFile_20231109100552000625.pdf
[9] 스위스의 암호화폐 규정 https://rue.ee/kr/crypto-regulations/switzerland/
[10] 스위스 암호화폐 세금 https://rue.ee/kr/blog/switzerland-crypto-tax/
[11] 미국과 EU의 가상자산거래자 보호제도의 시사점 – 자본시장연구원 https://www.kcmi.re.kr/report/report_view?report_no=1245
[12] [#STO] 18. 스위스 디지털 자산 시장의 특징은? :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kiwoomhero/223291476287
[13] [#STO] 17. 스위스, ICO 가이드라인부터 DLT법안까지 :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kiwoomhero/223291472825
[14] 비트코인 스위스, 아부다비 진출…규제 승인 획득 https://www.digital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567355
[15] 토큰 증권, 스위스에도?… 한국보다 디지털 자산 ‘친화적 규제’ [임 기자 … https://www.fntimes.com/html/view.php?ud=2023111517274015769249a1ae63_18
[16] [PDF] 가상자산, 금융 생태계의 새로운 패러다임 – KPMG International https://assets.kpmg.com/content/dam/kpmg/kr/pdf/2022/business-focus/kr-bf-cryptoassets-20220809.pdf
[17] 주요국 가상자산 규제 방향과 시사점 – PANews https://www.panewslab.com/ko/articles/f44xj2os
[18] 디지털 자산, 어떻게 구분할까요? –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 https://m.upbitcare.com/academy/education/coin/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