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2023년 6월, 타이타닉호 잔해를 관광하기 위해 심해로 잠수한 ‘타이탄’ 잠수정이 내파하여 탑승자 5명 전원이 사망한 비극적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는 단순한 기계적 결함을 넘어 안전불감증과 규제 무시라는 인재(人災)의 전형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사고의 경과와 원인, 그리고 이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고 개요
2023년 6월 18일,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OceanGate Expeditions)사의 심해 관광용 잠수정 ‘타이탄(Titan)’호가 북대서양 뉴펀들랜드섬 연안의 타이타닉호 잔해를 관람하기 위해 잠항했다가 내파해 탑승객 5명 전원이 사망했습니다. 타이타닉호 잔해 관광 비용은 1인당 25만 달러(약 3억 4천만 원)에 달했으며, 잠수정은 잠항 시작 약 1시간 45분 만에 통신이 두절되었습니다.
사고 경과
잠수 시작과 통신 두절
- 2023년 6월 18일 10시 02분: 타이탄호가 예정대로 잠항 시작
- 11시 47분: 잠수정으로부터의 연락과 위치 추적 두절
- 18시 35분: 모선 폴라 프린스호가 미국·캐나다 해안경비대에 실종 신고
수색 과정
미국과 캐나다 해안경비대는 경비함, 항공기, 수중 음파 탐지기 등을 동원해 수색에 나섰으나, 해당 해역은 육지와 600km 떨어져 있고 수심이 3,700m에 이르러 수색에 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구조 가능성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6월 21일, 수색팀은 30분마다 무언가를 두드리는 소리를 감지했으나, 정확한 출처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잔해 발견과 사망 확인
6월 23일, 수중 탐사 장비(ROV)가 타이타닉호 잔해 주변에서 타이탄호의 잔해를 발견했습니다. 미 해안경비대는 이 잔해가 “타이탄 잠수정의 비극적인 내파”를 뒷받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미 국방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통신이 두절된 직후 미 해군의 탐지 시스템이 해저에서 폭발음으로 의심되는 소리를 감지했으며, 이를 즉시 상부에 보고했다고 합니다.
사고 원인 분석
내파의 메커니즘
내파는 외부 압력에 의해 물체가 안쪽으로 파괴되는 현상입니다. 타이탄 잠수정은 수심 3,700m에서 겉면적당 약 7,300톤, 에펠탑의 무게에 준하는 압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문가들은 내파가 0.03초 만에 이루어져 탑승자들이 죽음을 인지할 시간도 없었을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설계 결함
- 탄소섬유 동체의 사용: 타이탄은 비용과 중량 절감을 위해 내압 구획 몸체에 CFRP(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를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CFRP는 압축강도가 인장강도보다 현저히 낮아 잠수정에 적합하지 않은 소재입니다.
- 원통형 내압 구획: 일반적으로 심해 잠수정의 내압 구획은 압력에 가장 잘 버티는 구형으로 제작되지만, 타이탄은 다수의 관광객을 태우기 위해 원통형으로 제작해 특정 부위에 압력이 집중될 수 있었습니다.
- 과도하게 큰 관측창: 관광 목적으로 21인치(53cm) 크기의 관측창을 장착했으나, 이는 인증받은 수심(1,300m)을 훨씬 넘어선 심도(3,700m)에서 사용되었습니다.
- 카본 동체와 티타늄 링의 접착 불량: 티타늄 반구 커버를 고정하는 티타늄 커플링과 카본 압력동체 간의 접착이 확실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재료의 변형계수 차이로 인해 잠수를 반복할수록 접합부가 약해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안전관리 문제
- 인증 회피: CEO 스톡턴 러시는 공해상에서 운영을 상정해 미국 내 어떤 기관에도 등록,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면책서류에는 잠수정이 공인기관으로부터 승인받거나 검사를 통과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 전문가 경고 무시: 2018년 해양학자와 잠수정 기업 임원 등 30여 명이 러시에게 보낸 서한에서 “재앙적인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으나 무시되었습니다.
- 부실한 조작 시스템: 잠수정은 Windows 10이 설치된 가정용 컴퓨터와 2005년 발매된 로지텍 게임 패드(F710)로 조작되었습니다. 이 낡은 무선 장치는 블루투스 연결이 종종 끊기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 부실한 안전 설비: 타이탄에는 외부와 연결된 안전 케이블이 없었고, 해치가 없어 승객들이 탈출할 수 없었습니다. 비상 시 신호를 보낼 위성전화기 등의 장비도 없었습니다.
사망자
이 사고로 다음 5명이 사망했습니다:
- 스톡턴 러시(61세): 오션게이트의 CEO이자 잠수정 총책임자
- 폴앙리 나르졸레(77세): 프랑스의 심해 탐험가이자 타이타닉호 전문가
- 해미시 하딩(58세): 영국의 억만장자 사업가이자 탐험가
- 샤자다 다우드(48세): 파키스탄 대기업 부회장
- 술레만 다우드(19세): 샤자다 다우드의 아들, 대학생
교훈과 시사점
- 안전불감증의 위험성: 이 사고는 CEO 스톡턴 러시의 “안전은 쓰레기 같은 것”이라는 발언에서 드러나듯 안전불감증이 초래할 수 있는 비극을 보여줍니다.
- 규제의 중요성: 러시가 “규제는 혁신을 억압한다”며 안전 규범을 무시한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규제는 불필요한 족쇄가 아닌 생명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장치임을 상기시킵니다.
- 전문가 의견의 가치: 여러 전문가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자신의 신념만을 고집한 결과, 5명의 생명이 희생되었습니다.
- 기술에 대한 과신 경계: 첨단 기술에 대한 맹신은 위험합니다. 정밀한 검증과 충분한 안전 대책이 수반되지 않은 기술 혁신은 재앙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결론
타이타닉호 관광 잠수정 사고는 안전을 경시하고 규제를 회피하는 행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 비극적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분명합니다: 안전은 타협할 수 없는 가치이며,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안전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이 각 분야에서 안전문화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타이탄 잠수정에 탑승했던 5명의 재산을 모두 합하면 상당한 금액이 됩니다. 정확한 총액을 산출하기는 어렵지만, 주요 인물들의 추정 재산을 살펴보면:
- 해미시 하딩: 영국의 억만장자 사업가로, 두바이 기반 항공 기업 ‘액션 애비에이션’의 회장이었습니다. 그의 순자산은 약 10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 정도로 추정됩니다.
- 샤자다 다우드: 파키스탄 대기업 Engro Corporation의 부회장이자 다우드 그룹 일원으로, 가족 재산은 수십억 달러로 추정됩니다.
- 스톡턴 러시: 오션게이트의 CEO로, 수백만 달러의 자산을 보유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 폴앙리 나르졸레: 타이타닉 전문가이자 전직 프랑스 해군 장교로, 정확한 자산 규모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 술레만 다우드: 샤자다 다우드의 19세 아들로, 별도의 개인 자산보다는 가족 재산의 일부로 볼 수 있습니다.
대략적으로 최소 수십억 달러에서 많게는 100억 달러 이상의 재산이 이 잠수정에 함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하딩과 다우드 가문의 재산이 대부분을 차지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