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선물을 이해해야 할 때다. 투자하라는 뜻이 아니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나도 40대 중반까지 금융에 전혀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도 완전히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것은 세상을, 그리고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기본 원리다.
선물 시장의 원리는 간단하다. 사고파는 것이 전부인 현물 시장에 하나의 개념이 더해진다.
포지션
숏 포지션은 현물 가격 하락에 배팅하고, 롱 포지션은 현물 가격 상승에 배팅한다.
한국이 이재명 대통령 이전에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로 분열되어 있었다면, 모든 현상은 원자 단위로 무수히 쪼갤 수 있는 0과 1의 선택 위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경제 원리에서 가장 중요한 가격을 딱 두 가지로 압축한 것이 바로 선물이다. 가격이 오르거나 내리거나.
내 글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듯이, 어떤 현물을 보면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상반된 두 개의 주문을 체결해주는 것이 선물 시장이다. 롱 포지션만 있거나 숏 포지션만 있으면 거래 자체가 체결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완벽한 1:1이 되지는 않는데, 이때 거래소가 1:1 매칭이 잘 되도록 부족한 포지션에 펀딩비를 지원한다. 물론 펀딩비도 거래소가 직접 내는 것이 아니라 숏이나 롱 포지션을 잡은 사람이 자기 담보금에서 정해진 시간마다 지불한다. 그래서 롱이든 숏이든 한쪽으로만 쏠리는 포지션을 매력적으로(결국 돈으로) 보이게 한다.
이렇게 상반된 시각으로 현물 가격이 얼추 비슷하게 계속 유지된다.
100원인 제품이 있는데 누군가는 150원이 맞다고 하고 누군가는 50원이 맞다고 하면, 그 사이에서 현물 가격 그래프가 계속 움직인다.
누가 그 현물 가격을 조절할까? 바로 선물을 하는 사람들이다. 거대한 고래들은 현물 가격을 조절할 수 있다. 그래서 롱 포지션에 배팅하고 다른 기관을 통해 현물을 끝없이 사들인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리 현물을 확보하고 숏 포지션을 잡은 후에는 끊임없이 현물을 팔아서 가격을 떨어뜨리려고 한다.
포지션은 담보금이 정해져 있고, 정해진 구간을 벗어나면 그 담보금(유지증거금)이 완전히 없어지는 청산을 당한다. 즉, 선물에 투자한 내 돈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다.
내가 유지할 수 있는 담보금 액수가 5%가 한계라면, 롱 포지션을 잡았을 때 5% 이상 하락하면 내 돈이 완전히 사라진다. 대신 수익률은 10배, 100배 등 다양하다. 100만 원으로 1억 원의 선물 포지션을 취할 수 있다는 뜻이다. 10배, 100배를 레버리지 비율이라고 하고, 100배면 1%만 반대쪽으로 가도 청산당한다. 100만 원을 넣든 1억을 넣든, 100배의 현물을 산 것과 비슷한 효과다. 100만 원 넣으면 1억 원어치, 1억 넣으면 100억 원어치를 산 효과인 것이다.
이런 선물 특성 때문에 현물 그래프는 계속 요동치게 되어 있다. 올랐다 내렸다 하는 것이다.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사실상 선물이라고 봐야 한다. 그래서 코인 부자들이 많이 생기는 것이다. 운이 좋으면 100만 원으로 100배에 걸어서 1억 투자자로 변신하여 순식간에 30억을 벌어들인다. 이 글 이후에 간간히 소개하겠지만, 그렇게 벌어들인 수익으로 멈추면 되는데 그러지 못해서 다시 0원이 되는 케이스가 많다.
그러면 이런 궁금증이 생긴다. A가 롱 포지션이고 가격은 계속 상승 중인데 숏을 잡은(이제부터 실전 용어) B가 이미 청산당했으면, 결국 A가 얻어야 할 수익은 거래소가 주는가? 아니다. 롱을 잡으면 숏으로 다시 팔 수 있는데, 그때 다시 진입하는 숏 포지션 C에 의해서 장을 나가게 된다. 즉, C의 담보금을 들고 튀는 것이다.
누군가의 불행이 나의 행복
인 선물 시장이다. 거래소는 매칭만 시켜주는 것뿐이다. 현물에서는 100만 원 걸고 1% 오르면 1만 원 수익이지만, 선물에서는 100만 원 걸고 1% 오르면 100만 원 수익이다. A:B가 매칭되었고 100배 레버리지로 둘 다 100만 원씩 걸었다면, 롱 포지션 A에 의해 1% 오르는 순간 B의 숏 포지션은 청산당해버린다.
지금까지는 이해를 위한 설명이고, 여기에 실제로는 유저의 돈은 삭제시킨 후 청산된 포지션은 거래소가 떠안는다는 것과 거래소가 보험 기금으로 수익을 지속 보장한다는 것, 그렇게 거래소의 누적 적자가 커지면 거래소가 직접 나서서 혹은 어쌔씬을 써서 현물 운전을 하고 급등, 급락으로 모든 포지션을 없애버릴 수밖에 없는 시장 원리까지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굳이 더 설명하지 않아도 선물에 대해 몰랐던 분은 선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왜 졸부가 많고 그 졸부들이 현물 시장을 농락할 수밖에 없는지도 알 수 있다.
사기꾼 조심 + 선물 이해
경제 원리에 대한 기초 공사는 튼튼히 된 것 같다. 다음 편은 코인을 이루는 핵심 기술에 대해 복습(이미 다른 글에서 설명함)하며 일관된 시리즈를 유지하려 한다.
선물거래의 기본 원리
선물거래는 현대 금융시스템의 핵심 메커니즘 중 하나다. 복잡해 보이지만 기본 구조는 이해할 만하다.
선물거래란 무엇인가
현물거래가 지금 당장 물건을 사고파는 것이라면, 선물거래는 미래의 특정 시점에 정해진 가격으로 거래하기로 약속하는 것이다. 여기에 두 가지 입장이 있다.
롱 포지션(Long Position)은 가격 상승을 예상하며 매수하는 입장이고, 숏 포지션(Short Position)은 가격 하락을 예상하며 매도하는 입장이다. 모든 거래는 롱과 숏이 만나야 성립된다.
레버리지와 위험성
선물거래의 특징은 레버리지다. 적은 돈으로 큰 금액을 거래할 수 있다. 100만원으로 10배 레버리지를 쓰면 1000만원어치 거래가 가능하다. 수익도 10배지만 손실도 10배다.
담보금(증거금)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강제청산된다. 10배 레버리지라면 대략 10% 반대로 움직이면 원금을 모두 잃는다.
가격 발견과 시장 조작
선물시장은 기본적으로 가격 발견 기능을 한다. 수많은 참여자들의 예상이 모여 합리적인 가격을 형성한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대형 참여자들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충분한 자본을 가진 기관이나 개인은 현물 매매와 선물 포지션을 동시에 활용해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것이 완전히 불법은 아니지만, 일반 투자자에게는 불리한 환경을 만든다.
거래소의 역할
거래소는 단순히 매칭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안정성을 위한 여러 장치를 운영한다. 펀딩비를 통해 롱과 숏의 균형을 맞추고, 보험기금으로 시스템 리스크를 관리한다.
그러나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거래소 자체의 생존이 우선이 될 수밖에 없다. 대량 청산 사태나 시스템 오류 시에는 개별 투자자의 손실보다 전체 시스템 보호가 우선된다.
위험 요소들
선물거래에는 여러 위험이 내재되어 있다.
시장 위험은 기본이고, 레버리지로 인한 확대된 손실 위험이 있다. 유동성 위험도 있다. 급변동 시에는 원하는 가격에 거래가 안 될 수 있다.
기술적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거래소 시스템 장애나 네트워크 문제로 중요한 순간에 거래하지 못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정보 비대칭 위험이 크다.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 간의 정보 격차, 자본력 차이는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결론
선물거래는 헤징과 투기, 두 가지 목적으로 사용된다. 기업이 환율이나 원자재 가격 변동을 헤징하는 용도로는 유용하다. 하지만 개인이 투기 목적으로 접근하기에는 위험 요소가 많다.
시장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것과 실제 참여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원리를 안다고 해서 수익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조금 알고 뛰어드는 것이 더 위험할 수 있다.
금융상품은 도구일 뿐이다. 도구를 제대로 쓰려면 충분한 이해와 준비가 필요하다.